“울타리 헐고 나무 베고… 농지 늘려 파종전쟁”

  • 입력 2008년 5월 2일 02시 59분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아이오와 주에선 경작지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관목으로 덮여 있다가 최근 주민들이 농지로 개간한 구릉 지역을 제리 로스먼 씨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는 “무리하게 경작지를 확대한 결과 침식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걱정했다. 할랜(아이오와 주)=공종식  특파원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아이오와 주에선 경작지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관목으로 덮여 있다가 최근 주민들이 농지로 개간한 구릉 지역을 제리 로스먼 씨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는 “무리하게 경작지를 확대한 결과 침식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걱정했다. 할랜(아이오와 주)=공종식 특파원
세계 식량난속 호황 맞은 美곡창지대 아이오와 르포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을 출발한 비행기가 목적지인 네브래스카 주(州) 오마하에 가까워지자 창 아래 아이오와 주의 대평원이 펼쳐졌다.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이 지어진 곳마다 집이 한 채씩 듬성듬성 보였다. 기장이 기내방송을 시작했다.

“아래 보이는 것이 전형적인 아이오와의 농지 형태입니다. 농부 한 사람이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1마일(약 1.6km) 정도인 농토를 경작합니다. 이를 ‘1섹션’이라고 부르지요. 넓이가 640에이커(약 2.6km²)입니다.”

○ 미국 옥수수의 20% 생산 ‘콘벨트’

아이오와 주는 콘벨트(옥수수지대)라고 불린다.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20%가 여기서 생산된다. 오마하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를 1시간 반 정도 달려 아이오와 주 할랜에 도착했다. 467km²의 면적에 5200여 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전 세계가 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량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할랜의 농부들은 ‘옥수수 파종전쟁’이 한창이었다. 곳곳에서 농부들이 거대한 옥수수 파종기를 이용해 옥수수를 파종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35년째 농사일을 해 온 켄 팰토(57) 씨는 “최근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옥수수 파종시기가 2주 이상 늦어졌어요. 내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어서 옥수수 파종을 서둘러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780에이커(약 3.15km²)의 땅에 농사를 짓는 팰토 씨는 올해 농지 절반에 옥수수, 나머지 절반에는 콩을 심을 계획이다.

“어젯밤에 인터넷에서 옥수수 가격을 확인해 봤더니 부셸(약 27kg)당 5.60달러였습니다. 요즘 콩 가격이 내려서 옥수수가 좀 더 이익이 날 것 같지만 콩과 옥수수를 번갈아 재배하는 게 땅에 좋기 때문에 예전대로 옥수수 절반, 콩 절반을 심기로 했어요.”

○ 서부 개척시대 못지않은 땅 확보 전쟁

요즘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5.50달러 안팎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3년 전의 세 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이 때문에 할랜에선 농지용 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작하지 않던 농지는 물론이고 전에 관목 등이 있던 자리도 모두 베어내고 농지로 바꾸었다. 경작지 확장을 위해 베어낸 관목들을 따로 모아 놓은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심지어 농토를 둘러싼 울타리마저 걷어내고 그 자리에 옥수수를 심는 농부도 많았다. 서부 개척 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농지 확보 전쟁이 치열했다. 옥수수 가격이 비쌀 때 가능한 한 경작농지를 늘리려는 노력들이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할랜에서 유기농을 하고 있는 제리 로스먼(52) 씨는 “이렇게 땅을 혹사시키면 환경의 조화를 깰 우려가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에는 무리하게 농지로 개간했던 땅들이 비가 많이 왔을 때 침식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 곡물가격 급등에 땅값도 급등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농지가격도 치솟고 있다. 옥수수 재배에 최적인 할랜에선 에이커(약 0.004km²)당 농지가격이 5000∼6000달러로 몇 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올랐다.

농부들의 수지타산도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팰토 씨는 “요즘 같으면 농사지을 기분이 난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오와 주 농민들에겐 비용부담도 만만치 않다. 로스먼 씨는 “비료가격이 3년 전에 비해 70%나 올랐고, 기름값과 옥수수 씨앗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부재지주 땅에 농사를 짓는 일부 농민은 농지 임대료 상승분에 따른 부담마저 크다”고 말했다.

할랜(아이오와 주)=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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