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있다]텟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

  • 입력 2008년 4월 29일 10시 06분


시리즈 지식인 20 명에 듣는다 - 동아시아 근현대사의 10 대 사건은? (18)

텟사 모리스 스즈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 교수

■ 조선반도(한반도)가 결정하는 동아시아 구조

동아시아의 역사 구조는 세 개의 레벨로 생각하면 알기 쉽다. 첫 번째는, 비교적 큰 국가와 국가와의 관계이다. 즉 일본, 중국, 한국과의 관계다. 두 번째는, 대국과 그 주변에 있는 작은 나라와 지역, 류큐(琉球)와 대만(台湾), 아이누 모시리 등과의 관계다. 세 번째는 서양 열강과의 관계이다.

아편 전쟁은 중화 질서가 무너지고, 근대 질서로 바뀌는 전환기였다. 화이(華夷)질서 속에서의 국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화라는 중심이 있고, 그 주위에 류큐인, 만주족, 아이누 등이 거의 독립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거기에 서양 열강이 들어와서, 중화 질서를 무너뜨렸다. 국민 국가로서의 중국, 일본, 조선이 형성되었고 작은 네이션은 흡수되었다. 그 과정을 밝히는 의미로, 제1차, 제2차 아편 전쟁을 들었다.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도 한데 묶어서 ‘제1차 조선 전쟁(한국전쟁)’이라고 본다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측면들이 보일 것이다. 이것들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일어난 ‘동북아시아의 전쟁’이었다.

19 세기 이후,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문제는 언제나, 중일 양국이 어떤 식으로 열강과 균형을 이루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양국의 사이에 위치한 조선반도의 운명에 의해서 중일 관계가, 나아가 지역 전체의 구조가 결정되었다. 조금 비약하자면, 현재의 상황도 마찬가지로, 향후의 중일 관계는 북한이 어떻게 될 지에 달려있다.

세 번째로 ‘동아시아 혁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러시아 혁명과 베르사이유 조약이 동아시아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나타난 것은, 식민지주의에 반대하는 신 내셔널리즘이었다. 좋은 예로는 조선에서 3•1 운동이, 중국에서도 5•4 운동이 일어났다. 일본에서도 쌀 소동이 일어나,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사상이 강해졌다. 하나하나의 사건은 그다지 큰 것들이 아닐지라도, 동아시아 전체의 사상과 정치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제일 결정적이었던 전쟁은 만주 사변이라고 생각한다. 만주 사변이 일어난 후에는, 중일 전쟁과 아시아 태평양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원폭 투하는 아시아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이라고 하기보다는 냉전의 시작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20 세기, 세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다.

제2차 대전 후,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의한 일본의 점령만을 보기 보다는 동북아시아 전체를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본만을 본다면, 점령에 의한 민주화란 측면이 강하지만, 오키나와(沖縄)나 한국을 보면 억압적 측면이 비친다. 동북 아시아의 점령 시기는 우선 오키나와(沖縄) 복귀인 1972년까지로 했지만, 군사 기지는 아직도 남아있다.

‘중국 혁명’은 긴 사건으로서 파악했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일종의 거대한 사회적 실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희생을 지불한 대가이지만, 중국 국내에서 일시적으로 경제적인 평등이 실현되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중국의 자본주의적 발전은 이렇게 만들어진 평등의 기반 위에 구축되었다.

제2차 조선 전쟁이 동아시아지역에 미친 영향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경제적인 ‘특수 수요’라는 것을 넘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1959-60년은 큰 전환기였다. 일본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안보 조약을 개정한 후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 중국과의 단절이 깊어졌다. 한편으로, 중국은 소련에서 멀어져 제3의 대국이 되었다. 아시아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중국의 경제 대국화가 중요하다. 이에 일본이 문화와 의식의 레벨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도 크다고 본다.

인터뷰 : 요시자와 다쓰히코(吉澤龍彦)

[약력]

1951년, 영국 태생. 아이누와 재일 조선인 등 폭 넓은 시점에서 일본의 근대에 대해 연구했다. 근저로는 『북한으로의 엑소더스 (Exodus)』『변경에서 바라본다』등이 있다.

[리스트]

① 아편 전쟁

② 제1차 조선 전쟁(한국 전쟁)(1894-1905)

③ 동아시아 혁명(1917-19)

④ 만주 사변

⑤ 원폭 투하

⑥ 동북아시아 점령(1945-72?)

⑦ 중국 혁명(1927-49)

⑧ 제2차 조선 전쟁(한국 전쟁)(1950-53)

⑨ 동북아시아에서의 힘의 균형의 변화=중소 대립, 미일 유착(1959-60)

⑩ 중국의 ‘경제 기적’(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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