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서 ‘독재자’라는 말을 들어온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민주제도 정착의 선봉장’으로 모습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 전략문제 컨설팅 회사인 LEFF그룹은 21일 “푸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의회 지도자가 되면 내각 인선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등 민주화의 기틀이 잡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8년 동안 서구식 민주주의 제도를 무시하고 인권과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푸틴이 어떻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는 5월 7일부터 ‘민주주의의 전령’으로 모습을 바꿀 수 있을까.
러시아 정치 평론가들은 총리로 임명될 푸틴 대통령이 새 대통령과 권력을 나눠 가질 ‘양두 정치체제’가 이 같은 분석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LEFF그룹의 블라디미르 프롤로프 회장은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당수직을 수락한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러시아 내각 인선에서 ‘투명성’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 집권 당시 총리와 장관 인선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좌우했다. 의회도 대통령과 내각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러시아 여당에서 강력한 당수가 등장하면 내각이 의회의 견제를 받고 민주주의의 원리도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 프롤로프 회장의 전망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초강력 대통령’이었던 푸틴 대통령이 실세 총리로 취임하면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걸어온 ‘대통령 1인 집권 시대’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이유야 어떻든 ‘민주주의 압살자’로 불리던 지도자가 하루아침에 민주화의 선봉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드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정치평론가 이반 사프란추크 씨는 “시민사회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는 한 보수주의 성향의 푸틴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집권 연장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LEFF그룹 측은 “푸틴 대통령이 ‘본의와 무관하게’ 민주화의 전령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