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어디로 가나]<하>“경제 살릴 사람 누구”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대만의 미래 4년을 이끌 지도자는 누구일까. 22일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58) 후보가 집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62) 후보를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막판에 티베트 사태가 터지고 부동층이 40% 선까지 늘어나면서 판세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 오뚝이 셰창팅과 태자당 마잉주

두 후보는 대만국립대를 졸업하고 해외에서 법학 박사를 받은 엘리트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다르다.

여당의 셰 후보는 대만 독립을 희망하는 대만 본토박이 본성인(本省人)이다. 이에 비해 중국과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지지하는 마 후보는 홍콩에서 태어나 1949년 이후 대만 섬에 들어온 외성인(外省人)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변호사시험에 수석 합격한 셰 후보는 1996년 펑밍민(彭明敏) 민진당 총통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섰다가 낙선했지만 1998년 가오슝(高雄) 시장 선거에서 오뚝이처럼 일어나 당선됐다.

그는 2005년 행정원장(국무총리)을 지낸 뒤 이듬해 타이베이(臺北) 시장 선거에서 또다시 고배를 들고 정계를 떠났다가 지난해 5월 민진당 총통 후보로 선출되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해 말 그는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담은 자서전 ‘니중추성(逆中求勝·역경 속에서 승리를 추구한다)’을 발간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마 후보는 고관대작의 아들로 태어난 ‘태자당’ 출신으로 1981년 장징궈(蔣經國) 당시 총통 밑에서 총통부 제1국 부국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93년 43세의 젊은 나이에 법무부장을 지냈고 1998년엔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천수이볜(陳水扁) 현 총통을 눌러 대만 정국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 후 2002년 타이베이 시장을 연임했고 2005년 7월 국민당 주석으로 선출됐다.

○ 유권자 관심은 경제 살리기

2290만 대만 국민의 관심은 경제 살리기에 쏠려 있다. 천 총통이 집권한 지난 8년간 국내총생산(GDP)이 겨우 19% 느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4마리 용’ 가운데 꼴찌를 면치 못했다. 대만의 1인당 GDP는 2000년에만 해도 1만4426달러로 한국(1만891달러)보다 32%나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1만6768달러(잠정 집계)로 한국(2만100달러·잠정 추계)보다 19.9% 낮아졌다.

두 후보의 공약 역시 경제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마 후보는 제한적인 중국과의 삼통(三通·통우 통상 통항)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전면적인 경제 교류를 통해 천 총통 시절 연평균 4.1%에 그친 성장률을 6%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에 직항로를 개설하고 양안 기업의 상호 진출을 도모해 ‘양안공동시장’을 형성함으로써 경제를 획기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셰 후보는 저소득층의 세율을 인하하고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며 상속세와 증여세를 10% 이하로 줄이는 것을 내세워 주로 서민층과 중산층의 표심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셰 후보는 마 후보의 ‘양안 공동시장’은 결국 대만 시장을 중국에 내주는 ‘일중(一中)시장’꼴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 티베트 사태, 지지율에 변화 줄까

대만 국민은 여론 조사에서 ‘누가 더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마 후보(30.2%)와 셰 후보(29.8%)에게 비슷한 점수를 주고 있다.

대만의 경제나 주권, 양안 문제를 해결할 능력에 대한 지지율은 마 후보가 8% 앞선다.

지난해 8월부터 선거가 임박한 최근까지 전체적인 지지율은 마 후보가 40∼60%로 셰 후보(18∼27%)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결국 두 후보의 지지율은 후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천 총통의 경제 실정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결과로 정치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마 후보는 최근 불거진 티베트 사태로 부동층이 많아지자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 후보가 18일 “중국 정부가 티베트를 무력 진압한다면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강력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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