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뚝이 셰창팅과 태자당 마잉주
두 후보는 대만국립대를 졸업하고 해외에서 법학 박사를 받은 엘리트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다르다.
여당의 셰 후보는 대만 독립을 희망하는 대만 본토박이 본성인(本省人)이다. 이에 비해 중국과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지지하는 마 후보는 홍콩에서 태어나 1949년 이후 대만 섬에 들어온 외성인(外省人)이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변호사시험에 수석 합격한 셰 후보는 1996년 펑밍민(彭明敏) 민진당 총통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섰다가 낙선했지만 1998년 가오슝(高雄) 시장 선거에서 오뚝이처럼 일어나 당선됐다.
그는 2005년 행정원장(국무총리)을 지낸 뒤 이듬해 타이베이(臺北) 시장 선거에서 또다시 고배를 들고 정계를 떠났다가 지난해 5월 민진당 총통 후보로 선출되는 저력을 보였다. 지난해 말 그는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담은 자서전 ‘니중추성(逆中求勝·역경 속에서 승리를 추구한다)’을 발간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마 후보는 고관대작의 아들로 태어난 ‘태자당’ 출신으로 1981년 장징궈(蔣經國) 당시 총통 밑에서 총통부 제1국 부국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93년 43세의 젊은 나이에 법무부장을 지냈고 1998년엔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천수이볜(陳水扁) 현 총통을 눌러 대만 정국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 후 2002년 타이베이 시장을 연임했고 2005년 7월 국민당 주석으로 선출됐다.
○ 유권자 관심은 경제 살리기
2290만 대만 국민의 관심은 경제 살리기에 쏠려 있다. 천 총통이 집권한 지난 8년간 국내총생산(GDP)이 겨우 19% 느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 기간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4마리 용’ 가운데 꼴찌를 면치 못했다. 대만의 1인당 GDP는 2000년에만 해도 1만4426달러로 한국(1만891달러)보다 32%나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1만6768달러(잠정 집계)로 한국(2만100달러·잠정 추계)보다 19.9% 낮아졌다.
두 후보의 공약 역시 경제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마 후보는 제한적인 중국과의 삼통(三通·통우 통상 통항)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전면적인 경제 교류를 통해 천 총통 시절 연평균 4.1%에 그친 성장률을 6%대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에 직항로를 개설하고 양안 기업의 상호 진출을 도모해 ‘양안공동시장’을 형성함으로써 경제를 획기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셰 후보는 저소득층의 세율을 인하하고 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며 상속세와 증여세를 10% 이하로 줄이는 것을 내세워 주로 서민층과 중산층의 표심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셰 후보는 마 후보의 ‘양안 공동시장’은 결국 대만 시장을 중국에 내주는 ‘일중(一中)시장’꼴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 티베트 사태, 지지율에 변화 줄까
대만 국민은 여론 조사에서 ‘누가 더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마 후보(30.2%)와 셰 후보(29.8%)에게 비슷한 점수를 주고 있다.
대만의 경제나 주권, 양안 문제를 해결할 능력에 대한 지지율은 마 후보가 8% 앞선다.
지난해 8월부터 선거가 임박한 최근까지 전체적인 지지율은 마 후보가 40∼60%로 셰 후보(18∼27%)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결국 두 후보의 지지율은 후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천 총통의 경제 실정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결과로 정치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마 후보는 최근 불거진 티베트 사태로 부동층이 많아지자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 후보가 18일 “중국 정부가 티베트를 무력 진압한다면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고 강력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