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백인이었다면 지금같은 인기 없었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3분



힐러리 자금모금책 발언 파문

오바마 미시시피 경선서 압승


11일 실시된 미국 민주당의 미시시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61%를 득표해 37%를 얻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눌렀다.

이로써 오바마 후보는 4일 ‘세컨드 슈퍼 화요일’ 패배 이후 8일 와이오밍 주에 이어 2연승하면서 대의원(특별대의원 포함) 1597명을 확보해 힐러리 후보와의 차를 127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후보 지명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2025명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날 오바마 후보의 승리는 예견된 것이었다. 미시시피는 흑인 인구가 36%로 미국 내에서 흑인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민주당 등록 유권자의 70%가 흑인이다. 힐러리 후보는 아예 이날 미시시피 대신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날 경선에선 인종별로 표 분리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는 91% 대 9%로 오바마 후보에게, 백인 유권자는 72% 대 21%로 힐러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이처럼 표가 인종별로 나뉘는 양상이 심해지면 오바마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특별대의원들이 오바마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우려해 흑백 인종 대결 소지가 없는 힐러리 후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4년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후보를 지낸 제럴딘 페라로 씨는 캘리포니아 지역일간지 ‘데일리 브리즈’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오바마 후보가 백인 남성이거나 (인종에 상관없이) 여성이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힐러리 후보의 선거자금 모금책인 그는 또 “미국인들이 오바마 후보에게 열광하는 것은 단지 그가 흑인 남성이기 때문이며 그는 남녀를 차별하는 언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캠프 측은 발끈하고 나섰고, 힐러리 후보는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지난주에는 오바마 캠프의 선임 외교정책 고문인 서맨사 파워 하버드대 교수가 힐러리 후보를 ‘몬스터(괴물)’라고 불렀다가 캠프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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