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피플파워’ 22주년 “아로요 퇴진” 대규모 시위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아로요 퇴진하라”25일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을 몰아낸 ‘피플파워’ 22주년을 맞아 필리핀 마닐라에서 수천 명의 시위 참가자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아로요 퇴진하라”
25일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을 몰아낸 ‘피플파워’ 22주년을 맞아 필리핀 마닐라에서 수천 명의 시위 참가자가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마닐라=로이터 연합뉴스
부패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몰아낸 ‘피플 파워’ 혁명 22주년인 25일 필리핀의 15개 도시에서는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야당, 가톨릭 단체, 학생, 노동자, 시민단체 등이 주도한 이날 시위에서 3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수도 마닐라의 대통령 관저 근처로 몰려가 “아로요는 사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아로요 대통령을 풍자하기 위해 입에 돈을 가득 문 그녀의 그림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시민 500명은 ‘피플 파워’ 기념비에 접근하려다 경찰의 강력한 제지를 받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민들의 총기 소유를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에르모게네스 에스페론 군 참모총장은 “폭력사태가 벌어질 경우 즉각 현장에서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해 3억3000만 달러 규모의 전자정부 사업을 중국의 ZTE그룹이 낙찰받는 과정에서 남편과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1억30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퇴진 요구를 받아왔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시위를 예상하고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부패 혐의를 부인한 뒤 “나를 피플 파워로 몰아낸다면 외국인 투자가들을 쫓아내고 필리핀을 후진국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2001년 1월 조지프 에스트라다 당시 대통령이 민중봉기로 축출되면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 직을 승계했으며, 2004년 선거에서 6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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