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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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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가톨릭 단체, 학생, 노동자, 시민단체 등이 주도한 이날 시위에서 3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은 수도 마닐라의 대통령 관저 근처로 몰려가 “아로요는 사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아로요 대통령을 풍자하기 위해 입에 돈을 가득 문 그녀의 그림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시민 500명은 ‘피플 파워’ 기념비에 접근하려다 경찰의 강력한 제지를 받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민들의 총기 소유를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에르모게네스 에스페론 군 참모총장은 “폭력사태가 벌어질 경우 즉각 현장에서 체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해 3억3000만 달러 규모의 전자정부 사업을 중국의 ZTE그룹이 낙찰받는 과정에서 남편과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1억30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퇴진 요구를 받아왔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시위를 예상하고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부패 혐의를 부인한 뒤 “나를 피플 파워로 몰아낸다면 외국인 투자가들을 쫓아내고 필리핀을 후진국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2001년 1월 조지프 에스트라다 당시 대통령이 민중봉기로 축출되면서 부통령으로서 대통령 직을 승계했으며, 2004년 선거에서 6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