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라울 카스트로 시대로… 새 국가평의회 의장에 선출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쿠바 의회는 24일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친동생인 라울 카스트로(77·사진) 국방장관을 새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선출했다. 49년간 쿠바를 통치해 온 피델이 19일 국가평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지 5일 만이다.

쿠바는 의원 614명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국가평의회 의장을 선출한다. 국가평의회는 31명의 각료로 구성되며 국가평의회 의장은 대통령 역할을 한다.

쿠바 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단독 후보인 라울 국방장관을 만장일치로 신임 국가평의회 의장에 지명했다.

피델은 2006년 7월 장출혈 수술을 받으면서 라울에게 권력을 임시 이양했다. 라울은 이후 19개월 동안 피델을 대신해 국가를 운영해 왔다.

라울은 피델과 함께 1950년대 쿠바혁명을 주도했고, 피델의 신임 속에 1959년 이후 줄곧 국방장관을 맡아 왔다.

의회는 또 대표적인 구세대 인물로 꼽히는 강경 공산주의자 호세 라몬 마차도(78) 씨를 국가평의회 제1부의장으로 선출했다.

라울은 의장에 선출된 후 수락 연설에서 “급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며 모든 주요 현안을 결정할 때 피델에게 자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며 “정부 규모를 줄이는 대신 능률을 높이고, 규제 철폐와 화폐 개혁 등으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쿠바의 가시적인 변화를 촉구하며 경제 제재는 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쿠바 정부가 정치범 석방, 인권 존중, 자유·공정선거 추진 등 민주적 과정을 밟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칼로스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은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바의 우방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라울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쿠바에 대한 지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라울이 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쿠바의 변화를 추진하겠지만 운신의 폭은 넓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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