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남미 포퓰리스트 3총사’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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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치로 얻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국내외 무대에서 큰소리치던 남미의 좌파 지도자들이 올해 들어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남미의 좌파 지도자들이 퇴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막무가내식 개혁 밀어붙이기와 공언 남발을 자제하고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야당과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차베스=오일 머니를 쌈짓돈처럼 쓰며 호탕함을 과시하고 국제사회에서 막말을 쏟아내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그는 1999년 집권 후 베네수엘라 최대 통신사와 발전소를 국영화하는 등 좌파식 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폐 단위와 국기까지 바꿨다.

그러던 그가 최근에는 국영 TV에 출연해 “현재 추진 중인 정치 경제 개혁에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반대파 끌어안기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자신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켜 수감됐던 사람들까지 사면했다.

차베스 대통령이 자세를 바짝 낮춘 이유는 경기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물가 상승률은 22.5%로 남미 국가 중 최고를 기록했다. 이 나라에서는 기름만 빼고 모든 물가가 살인적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볼리비아 모랄레스=볼리비아 헌정 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평소 스웨터를 즐겨 입고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 노타이 차림으로 참석하는 소탈한 모습으로 서민층의 인기를 끌었다. 그는 집권하자마자 자신의 월급을 57%나 줄여 국민적 지지를 이어갔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없애고 사회주의식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개헌안을 들고 나오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제헌의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자 9개주 가운데 6개주가 반대에 나섰다. 4개주는 아예 자치를 선언했다.

이들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살아서는 대통령궁을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하게 대립했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7일 4개주 주지사들과 처음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했고 15일 9개주 주지사들과 정국 수습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니카라과 오르테가=차베스, 모랄레스 대통령과 함께 ‘남미 포퓰리스트 삼총사’로 불리는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그는 차베스 대통령 못지않게 연설하기를 좋아한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는 “핵폭탄을 투하했던 미국은 북한과 이란에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는 신년 국정연설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재집권에 성공한 후로 가시적 성과가 없어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유권자들의 비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월 63.4%였던 그의 지지율은 8개월 후인 12월에는 45.4%로 뚝 떨어졌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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