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이 군함 폭파 위협”은 엄살?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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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이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졌던 5함대 소속 군함 3척과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대치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료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쾌속정(speed boat)’이라고 발표한 이란 해군 소속의 이 배는 소형 모터보트에 불과해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AFP 연합뉴스
미국 해군이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졌던 5함대 소속 군함 3척과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대치 상황을 설명하면서 자료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쾌속정(speed boat)’이라고 발표한 이란 해군 소속의 이 배는 소형 모터보트에 불과해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6일 발생한 양국 해군 함정 간의 대치 사건을 두고 날선 공방전을 이어 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란 함정이 위협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로 당시 촬영한 동영상을 8일 공개했지만 양측 선박의 규모 차가 드러나 오히려 ‘엄살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 국방부는 6일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쾌속정 5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걸프 지역으로 향하던 미 해군 함정 3척에 접근해 폭파 위협을 했다고 발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도발적이고 무분별하다”고 경고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이란 측은 “(해상에서의) 일상적인 조우에 불과하다”며 미국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 국방부가 공개한 3분 40여 초 분량의 동영상이 “자료화면을 조작한 것”이라고 9일 반박했다.

동영상에 등장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쾌속정은 5∼7인승 파란색 소형 보트로 선원들도 구명조끼를 입은 3, 4명이 전부였다.

반면 미군 함정은 순양함 포트로열호(9600t), 구축함 호퍼호(8873t), 프리깃함 잉그러햄호(4165t) 등으로 중무장한 대형 군함이었다. 이 중 포트로열호는 토마호크 순양미사일 등 각종 무기와 헬리콥터 2대도 실을 수 있는 규모다.

미 해군이 주장한 이란 쾌속정의 ‘폭파 위협’도 과장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해군은 이란 쾌속정이 잉그러햄호 앞으로 상자 같은 것을 던져 위협했다고 밝혔지만 그 내용물은 밝혀지지 않았다.

동영상은 “지금 접근하고 있다. (미 군함을) 폭파하겠다”는 무선 교신 녹음을 담고 있으나 “폭파하겠다”는 부분은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동 순방에 나선 부시 대통령이 이란 주변 국가와의 공조 체제를 다지기 위해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려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골람 알리 하다드아델 이란 의회 의장은 “언론을 통한 미국의 심리전이자 정치적 선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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