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속상한 눈물? 속보이는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월 9일 02시 57분



힐러리, 유권자 질문에 글썽… 선거판세 영향 관심

미국판 ‘철의 여인’으로 통하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이 7일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뉴햄프셔 주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서 민주당 여성 부동층 15명과 함께한 아침식사가 끝날 무렵 한 60대 여성에게서 “어떻게 매일 아침 일어나 강행군을 하는 힘이 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질문자가 “머리 손질은 누가 도와주느냐”고 묻는 등 농담조의 질문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힐러리 후보는 이때 “쉽지 않다”며 감정에 복받쳐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이게 옳은 일이란 뜨거운 믿음이 없다면 정말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정말 많은 기회를 누린 이 나라가 뒷걸음질치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선거를 이기고 지는 게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선거는 조국과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바꿔야 한다”며 말을 이어 갔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25초 이상 계속됐다.

이 장면이 TV를 통해 하루 종일 반복 방영되면서 미 전역은 논쟁에 빠져 들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계산된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현장의 여성 유권자들은 “솔직한 감정 표현을 봤다. 힐러리 후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런 장면은 힐러리 후보의 선거참모가 그토록 바라던 인간적 면모를 보여 주는 기회가 됐다. 힐러리 후보는 지난해 말 유난히 큰 소리로 웃는 장면을 여러 차례 보여 ‘억지웃음’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이날 힐러리 후보가 눈시울을 붉힌 것이 불리하게 진행되는 선거 판세를 돌이키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향후 여성 군 통수권자로서 ‘감정 과잉’ 논란을 부를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맨체스터=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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