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크리스마스”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2월 26일 02시 59분



美 성탄트리-장난감 등 약 80%가 중국산 제품
“산타는 중국인” 자조도

‘인조 소나무 트리 9.99달러, 반짝이 전구 세트 1.99달러×2, 너프건(고무미사일 발사 장난감) 23.99달러, 강아지 치아 단련기 9.99달러, 해리포터 5편 DVD 19.98달러….’
미국 버지니아 주에 사는 제이미 버넷(41·여·교사) 씨 가정의 이번 크리스마스 지출 목록다. 13개의 구매품 가운데 중국제가 아닌 것은 DVD와 아이스크림 케이크뿐이다.
“심지어 아기 예수 탄생 장면을 담은 그림도 중국제더군요. 60cm가 넘는 중국 선전(深(수,천))산 트리가 10달러도 안 될 정도로 싸서 좋긴 해요. 전구나 장난감은 안전이 걱정돼 가급적 미국제를 사려고 했지만 거의 찾을 수 없었어요….”
세계의 가정들은 올해도 중국제로 뒤덮인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미국 환경단체인 지구정책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25일 “난 안다. 산타클로스는 중국인이라는 걸”이라는 자조적 문장으로 시작한 온라인 칼럼에서 “해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 포장을 뜯어 제조국을 확인해 보는데 대략 70%는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팔리는 장난감의 약 80%는 중국제다. 애플사의 아이팟,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등 미국 회사의 고가 전자제품도 중국산일 때가 많다.
미국에서도 도심에서 차로 5분만 나가면 자연산 트리를 파는 농장이 숱하지만 실제 상당수 가정의 거실에는 인조 트리가 놓였고 그중 80%는 중국제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중국제 트리는 1300만 달러어치에 달했다. 중국은 세계 인조 트리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올 크리스마스에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품은 100억 달러어치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원후이(文匯)보와 중국 런민(人民)일보에 따르면 유럽 장난감 시장에서도 중국산의 점유율이 70%에 이른다. 중국산 성탄용품 거래의 3분의 2가 이뤄지는 저장(浙江) 성 이우(義烏)의 올해 성탄용품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30% 늘었다.
하지만 중국산 장난감 대규모 리콜 사태 직후에 맞는 크리스마스여서 부모들의 걱정도 컸다. 24일 영국 더 타임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부모들은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면서 가장 걱정스러운 문제로 중국산 장난감의 안전을 꼽았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지난주 “(집권하면) 안전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중국제 장난감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이달 중순 소비자생산품안전위원회의 예산을 30년 만에 최대치인 1700만 달러나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언론은 의회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방치한 ‘납 함유 장난감에 대한 엄격한 제재’ 등 중국산 장난감 안전 관련 입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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