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 세계를 사들인다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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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생산국들 전세계 투자액 4조 달러” NYT

美-유럽서 아시아-아프리카로 투자지역 넓혀

“역사적으로 새로운 富의 이동 진행되고 있다”

오일 머니가 세계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8일 산유국들의 ‘오일 달러’가 전 세계에서 투자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석유 생산국들이 지난해 말까지 해외에 투자한 자산의 총액은 4조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오일 머니 해외 투자 자산’ 보유는 중동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이 2조 달러로 가장 많았고 노르웨이와 러시아도 각각 7000억 달러와 6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 급등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올해 초부터 9월까지 벌어들인 수익만도 688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는 2000년 같은 기간 수익 2430억 달러에 비해 183%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유가 상승이 가팔랐던 최근 두 달을 더하면 수익은 더욱 늘어난다.

산유국들은 풍부한 오일 머니로 국부펀드 등을 조성해 부동산과 기업을 사들이는 등 적극적인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이 씨티그룹에 75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부다비투자청은 9월 글로벌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지분 7.5%도 인수했다.

두바이 역시 지난달 뉴욕의 대형 헤지펀드 ‘오크지프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고, 현재는 나스닥과 북유럽 증시 운영사의 합병회사 지분 20%를 놓고 매입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씨티그룹 찰스 프린스 전 회장의 퇴진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큰손 투자자. 뉴스코프와 프록터 앤드 갬블(P&G), HP, 펩시, 타임워너, 월트디즈니 등에도 거액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에너지컨설팅회사 PFC의 로빈슨 웨스트 회장은 “역사적으로 새로운 부의 이동이 진행 중”이라며 “이제는 주요 중동 산유국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같은 산유국에서도 투자펀드가 만들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일 머니의 투자 지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산유국 투자펀드들은 과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투자했으나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지역으로 투자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원의 무기화’라는 비판을 하며 거세지는 서구의 정치적 견제를 벗어날 수 있는 점 외에 달러 약세를 우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투자 대상이 채권 같은 안전자산에서 기업이나 헤지펀드, 부동산 투자 등으로 다양화되는 것도 새로운 경향으로 꼽힌다.

리먼 브러더스의 에드워드 모스 에너지담당 연구원은 “걸프지역 국가들만 해도 매주 총 5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을 굴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투자대상과 운영방식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런 오일머니의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권의 유동성 확대와 저금리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산유국의 경기 과열과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다는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일 머니 국부펀드 운영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서구 전문가가 많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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