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弱달러 탓에 외환운용 어렵다”

  • 입력 200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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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총리, 이례적 언급… 다른 통화 비중확대 시사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미국 달러화 비중을 축소하고 유로화 등 다른 통화의 비중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달러 비중을 축소할 경우 달러 가치 하락에 가속도가 붙고 세계 및 한국 경제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는 19일 싱가포르 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달러 약세로 보유 외환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외환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는 큰 압력이 없었지만 지금처럼 많은 외환을 보유한 상태에서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국 총리가 외환 관리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이 달러 위주의 외환 보유 정책에서 벗어나 유로화나 일본 엔화 비중을 늘릴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달러 위주의 외환정책을 변경할 경우 달러의 약세를 더욱 부추기면서 글로벌 경제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 외국 자본이 미국에서 빠져나가면서 미국의 신용경색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주가 급락 등으로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달러 약세로 수입 물가가 높아진 미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가 더 침체되는 악순환의 우려도 있다.

달러 약세와 미국 경기 침체는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원화 가치 상승을 통한 수출 경쟁력 약화와 경제성장 위축, 금융시장 불안 가속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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