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고유가 위기’ 문답풀이 눈길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Q:국제유가 어디까지 오를까

A:일부 “석유거품 조만간 꺼질 것”

수개월 내 120∼150달러 전망도

‘미국 학생들은 여름엔 긴팔, 겨울엔 반팔.’

냉난방 연료를 아끼지 않는 ‘에너지 소비 천국’ 미국 사회를 풍자한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미국인들도 고유가 시대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주유소의 석유 가격이 작년에 비해 40%가량이나 올랐다.

공영방송인 NPR와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은 고유가의 전망과 영향 등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Q. 고유가가 경기 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은….

A. 높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1973년 오일쇼크 때 인플레와 불황이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다만 경제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경제로 이동하고 자동차나 항공기 등도 연료 효율성이 높아져 과거만큼 고유가의 타격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고유가는 가계 저축률을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 위협을 가중시킨다.

Q. 유가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

A. 이론상 천장은 없다. 일부에선 몇 개월 안에 120∼15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영국의 자산운용회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AB)은 5년간 70∼75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원유 생산과 운송 등에 필요한 한계비용이 배럴당 60달러인데 국제시장에서 통상 한계 비용의 1.1∼1.2배에서 가격이 형성돼 이를 감안하면 배럴당 70∼75달러가 된다는 계산이다. 일부에선 조만간 꺼질 ‘석유 거품(oil bubble)’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또 계절적으로 가을엔 올랐다가 봄에는 떨어진다.

Q. 기름값이 오르는 근본 원인은….

A. 주된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데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성장으로 소비량이 급증했지만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한다. 나이지리아는 하루 100만 배럴가량 산출량이 줄었다. 핵 문제로 인한 미국과 이란의 긴장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Q. 산유국들이 산출량을 늘리면 되지 않나.

A. 대부분의 산유국은 이미 가동 능력의 거의 100% 수준으로 원유를 뽑아내고 있다. 단지 사우디아라비아만 여분의 생산 능력이 있다.

Q. 고유가가 일반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A. 자동차 유지비와 겨울 난방비만 영향 받는 게 아니다. 항공료, 택배료도 오른다. 트랙터 등 농기구 연료비도 더 들어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 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만드는 플라스틱 제품 가격도 올라가는 등 ‘물결 효과’가 생긴다.

Q. 고유가로 이득 보는 건 누구?

A. 석유를 뽑아내는 회사들의 이익이 가장 크다. 국가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외환보유액이 2003년 600억 달러에서 2007년 9월 현재 2620억 달러로 급증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같은 기간 770억 달러에서 425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고유가를 등에 업고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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