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달러로 살아요” 8억명이 빈곤의 늪에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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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촉천민 집단 거주지인도 뭄바이의 도비가트 구역에서는 불가촉천민 5000여 명이 집단 거주하며 세탁으로 생계를 꾸려 간다. 인도는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74.5%인 8억3600만 명이 하루 벌이 2달러 미만으로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뭄바이=전창 기자
불가촉천민 집단 거주지
인도 뭄바이의 도비가트 구역에서는 불가촉천민 5000여 명이 집단 거주하며 세탁으로 생계를 꾸려 간다. 인도는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74.5%인 8억3600만 명이 하루 벌이 2달러 미만으로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뭄바이=전창 기자
■ IT강국 인도 ‘성장의 그늘’ 빈민층

인도 최대의 경제 도시 뭄바이의 대표적 슬럼가 다라비. 개천은 썩어 악취가 진동했고 거리는 온통 사람과 동물의 배설물,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하지만 빈민 100만 명 이상이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짐꾼 데벤드라 팔(48) 씨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생활을 바라지 않느냐’는 질문에 땟자국이 선명한 얼굴을 손으로 훔치며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보다 나은 생활요? 그런 꿈은 꿔 본 적도 없어요. 일감이 없어 굶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팔 씨의 한 달 수입은 2000루피(약 4만6800원) 정도.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성냥갑 같은 천막집에서 살며 하루 세 끼를 해결하기에도 수입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을 바탕으로 최근 9%대의 고속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는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처리속도가 빠른 슈퍼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고 6번째로 상업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기술 강국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외형적 발전의 이면에서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11억2200만 인도인 중 팔 씨처럼 하루 벌이가 2달러 미만으로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74.5%인 8억3600만 명이다. 하루 1달러 이하로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도 2억2500만 명에 이른다.

반면 IT산업의 활황 등에 힘입어 이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840달러)의 6배가 넘는 5000달러 이상의 연간 수입으로 구매력을 갖춘 인구도 2억5000만 명이 있다. 자산이 100만 달러가 넘는 부자는 10만15명.

이들을 위한 ‘빅바자’ ‘릴라이언스 프레시’ 등 대형 쇼핑몰이 우후죽순처럼 인도 대도시에 세워지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과는 관계가 없다. 금속탐지기가 갖춰진 입구에서 경비원들이 허름한 행색을 한 사람은 아예 출입을 제지한다.

한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지만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이 각각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뭄바이 시내에서는 해가 지면 돌아갈 집이 없어 대로변 아무 곳에나 누워 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대로의 중앙분리대에도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중앙분리대는 지나치는 차량 때문에 모기가 없어 인기 있는 잠자리라고 한다. 뭄바이 시 당국은 노숙자가 시민 1800만 명의 6%인 108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나마 도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 국민의 68%가 몰려 있는 농촌 지역은 더 열악하다. 관개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강수량이 적으면 작황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뭄바이에는 연간 100만 명, 뉴델리엔 50만 명이 일거리를 찾아 몰려들고 있다.

불가촉천민 5000여 명이 집단 거주하는 도비가트 인근 길거리에서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파는 한 여성은 “시골에 집이 있지만 먹을 것이 없어 뭄바이로 왔다. 두 아이와 함께 길에서 잠을 자야 하지만 1년에 3000루피(약 7만 원)를 손에 쥘 수 있다”고 말했다.

빈부 격차가 심각한 만큼 계층 간 갈등이 일어날 만한데도 인도에선 아직 큰 사회 이슈로 등장하지 않고 있다. 교민 박정희 씨는 “지금의 현실이 자신의 업(카르마) 때문이라는 힌두교 교리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층에선 다소 변화도 느껴진다. 다라비의 한 가내공장에서 재활용 분리 일을 하고 있는 비마마 씨(23·여)는 “지금 전혀 행복하지 않다. 지금보다 여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뭄바이=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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