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반군 소탕위해 터키軍, 이라크침공 가능”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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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의회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한 공습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중동 지역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라크 등 중동 석유 수출의 길목인 터키와 이라크 접경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하는 유가의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터키 의회는 17일 쿠르드족 반군이 은거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에 터키군을 파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 동의안을 찬성 507표, 반대 19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승인했다. 이번 표결로 터키 정부는 앞으로 1년간 언제든지 이라크 국경을 넘어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날 표결에선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비롯한 대부분 정당 소속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친(親)쿠르드족 정당인 민주사회당(DTP)만이 반대했다.

이번 사태는 팔레스타인 문제와 함께 중동 분쟁의 ‘뇌관’으로 잠재하던 쿠르드족 독립 쟁취운동과 맞물려 있다.

쿠르드족은 1984년 이래 터키를 상대로 무력 투쟁을 벌였으며 양측의 충돌로 3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그동안 터키의 강경 진압으로 잠잠하던 쿠르드족 분리운동은 이라크전 이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몇 주 사이에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공격으로 터키군을 포함해 30여 명이 희생되자 터키의 여론이 악화됐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 의회가 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자 반미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터키 의회의 표결을 두고 “터키의 일방적 군사행동이 터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터키가 이라크 북부 지역을 침공하면 비교적 평온을 유지해 온 이라크 내 쿠르드족 자치 지역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물론 이란 등 주변 국가들의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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