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공기업 ‘사르코지 개혁’에 실력대응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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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의 발과 다름없는 파리교통공사(RATP)와 프랑스국영철도(SNCF)가 18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공기업 연금개혁안에 항의해 대대적인 파업을 벌였다.

RATP의 6개 노조와 SNCF의 8개 노조가 모두 파업에 동참한 것은 199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프랑스가스공사(GDF)도 파업에 참가했다.

파리 지하철은 자동으로 운행되는 14호선을 제외하고는 각 노선에서 30분∼1시간에 1대 정도 운행됐다. 평소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던 버스도 30∼40분에 한 대꼴로 운행됐다.

많은 직장인은 동이 트기도 전에 자가용 승용차로 출근길에 나섰으며 늘어난 승용차로 인해 파리 시내 교통은 하루 종일 큰 혼잡을 빚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도 많았다.

교외에서 시내로 출근하는 직장인은 아예 하루 휴가를 내거나 자택 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파리와 지방도시를 연결하는 고속철(TGV)은 700대 중 46대만 운행됐다. 파리와 공항을 연결하는 교외선(RER) 기차도 운행되지 않아 18일 오전 항공편을 예약한 사람들은 전날 공항 터미널에서 밤을 새웠다.

파리와 런던을 잇는 ‘유로스타’ 철도만 20일 럭비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영국의 팬을 실어 나르기 위해 평소 10대에서 약간 줄어든 8대가 운행돼 큰 변동이 없었다.

공기업 노조는 정부가 연금 납입기간을 37.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한 결정에 항의하고 있지만 사르코지 정부는 물러설 수 없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경고성 1일 파업에 그치지 않고 추가 파업이나 파업 연장을 결정할 경우 1995년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 당시 공기업 노조는 3주에 걸친 장기 파업을 벌여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알랭 쥐페 정부의 연금개혁 시도를 좌절시켰다.

그러나 여론은 1995년과 크게 달라졌다. 그 사이 민간기업 종사자와 공무원의 연금 납입기간이 40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공기업 연금도 일반 연금 체계에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간지 르 피가로의 여론조사 결과 사르코지의 개혁안에 57%가 찬성했고 이번 파업에 55%가 반대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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