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2억명이 “마약에 빠졌다”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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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는 세상을 꿈꿀 수 없듯이 마약 없는 세상 또한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마약근절 시민단체인 마약정책동맹(DPA) 창립자 에탄 나델만 씨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최신호 기고에서 이처럼 밝혔다. 1998년 유엔이 10년 내에 마약을 근절하자고 결의한 뒤 막대한 돈과 노력이 투입됐지만 9년 전과 비교해 마약 사용자 수가 줄어들지 않은 데 대한 자조적 평가다.

○ 전 세계 1억5880만 명이 대마 경험자

유엔 마약범죄국(UNODC)이 펴낸 2007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15∼64세 인구 41억7700만 명 중 마약 경험자가 2억 명(4.8%)이나 된다.

마약 거래 규모도 엄청나다. DPA는 2006년에만 국제 마약거래액이 4000억 달러(약 36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국제무역 총액의 6%에 해당하는 액수다.

대표적인 마약은 대마(마리화나)와 코카인, 아편, 헤로인, 암페타민 등이다. 이 중 대마 생산량과 사용자 수가 단연 1위다. 대마 경험자가 1억5880만 명으로 전체 마약 경험자의 79.4%를 차지한다.

UNODC는 지난해 전 세계 82개국에서 4만2000t의 대마가 생산된 것으로 추정했다. 1년생 식물인 대마는 환각작용을 유발하는 델타나인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을 함유하고 있다.

○ 적발 쉽지 않은 대마는 골칫거리

대마는 국제 마약당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생산량과 사용자 수에서 다른 마약을 압도하지만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UNODC에 따르면 2005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코카인의 42%, 헤로인의 26%가 당국에 적발돼 압수됐다. 하지만 대마는 생산량의 10.6%만 압수됐다.

아편은 올해 전 세계 생산량의 95%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코카인의 경우 52%가 콜롬비아에서 생산됐다. 산지가 몰려 있는 까닭에 당국의 적발이 쉽고 제거작전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대마는 사용자가 직접 재배하는 소규모 경작이 주를 이뤄 대규모 적발이 쉽지 않다.

○ 차라리 대마 합법화하자

이처럼 대마 근절이 쉽지 않고 다른 마약류에 비교해 중독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일각에선 차라리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DPA 창립자 나델만 씨는 “미국의 연간 마약사범 180만 명 중 40%가 대마사범으로 이를 막기 위해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해가 덜한 대마를 합법화하고 세금을 거둬 다른 질병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영국 북웨일스의 리처드 브룬스트롬 경찰국장도 최근 “마약 금지 정책에도 불구하고 마약 복용자가 증가하고 있어 실용성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펴야 한다”며 합법화를 주장했다.

실제 유럽에서는 대마가 합법화된 곳도 있다. 네덜란드는 1976년 지정된 장소에서 대마를 구입해 흡연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스페인 덴마크 벨기에 룩셈부르크도 대마를 전문의 처방이 있으면 가능하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지난해 10만 명이 대마의 제한적 합법화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국민투표는 2008년 실시될 예정이다.

○ 대마는 분명한 마약

하지만 대마 합법화에 반대하는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1967년 대마 사용을 합법화했던 스웨덴은 중독자가 급증하자 1969년 다시 대마를 금지했다.

영국 BBC방송은 임상시험에서 대마를 피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40%나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대마에 포함된 THC는 1만분의 1g만으로도 환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마 합법화가 추진되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시의 마약담당 경찰 데이브 고다드 씨는 “마약에 적당한 양이란 있을 수 없다. 대마 합법화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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