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년3개월 만에 금리인하

  • 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15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한국 시간 19일) 연방기금 금리를 4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19일엔 추가 금리 인하 가능 여력을 가늠케 할 소비자 물가지수 등 핵심 경제지표가 발표된다. 20일엔 벤 버냉키 FRB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하원청문회에서 증언한다.

미 언론들은 이 사흘간의 움직임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격랑을 겪는 미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인하=FRB는 18일 오후 2시 15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다. 금리인하의 폭을 놓고 0.50%포인트와 0.25%포인트 두 가지 관측이 엇갈린다.

금융시장에서는 FRB가 0.50%포인트라는 과감한 금리인하를 단행해 주기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과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들은 FRB가 0.50%포인트 인하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연방기금 금리는 0.25%포인트만 인하하고 재할인율을 지난달 17일에 이어 0.50%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FRB는 2003년 6월 25일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금리를 1%로 끌어내린 것을 끝으로 지난해 6월까지 계속 올려 현재 5.25%다.

▽‘버냉키에게 힘을’=미 언론들은 20일 청문회에서 의회가 버냉키 의장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보낼지 주목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16일 밤 미 CBS 방송 ‘60분’에 출연해 “왜 재직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대비를 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퇴임하기 직전까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한 경제소식통은 “그린스펀 전 의장이 실책을 인정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며 “현 사태가 버냉키 의장의 실기(失期)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전임자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해 버냉키 의장의 금리인하 결정을 뒷받침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리인하의 영향=금리인하는 저소득 주택구입자의 모기지 월별 상환부담을 덜어주고, 시중의 자금이 수익률이 떨어진 은행 및 채권시장을 떠나 부동산과 주식으로 옮아갈 가능성을 높여준다. 경기활성화 및 주가상승 요인이 되는 것이다.

뉴욕증시가 주가상승으로 투자펀드의 총량이 커지면, 동아시아 및 한국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의 비율은 유지되지만 파이가 커진 만큼 외국인의 한국증시 투자규모도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는 ‘물가 안정’을 제1목표로 삼는 중앙은행으로선 부담스러운 조치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을 불러오고 소비지출을 줄여 경제전반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에서 여전히 경제가 확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경제지표는 호재와 악재가 겹쳐 나타나는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게 미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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