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한국인 납치 성공적… 또 납치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인질로 붙잡혀 있다 풀려난 일행 19명이 31일 생사를 넘나들던 악몽을 뒤로한 채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일행 가운데 유경식(55) 서명화(29·여) 씨는 카불을 떠나기에 앞서 시내 세레나호텔에서 19명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했다. 두 사람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고 정부와 모든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한 뒤 납치 당시와 억류 기간 중의 상황, 건강 상태, 심경 등을 상세히 밝혔다.

유 씨는 “미군이나 한국 정부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타격을 많이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석방을) 기뻐할 수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너무 큰 물의를 일으켰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유 씨는 “3, 4명씩 5개 팀으로 분산돼 각기 움직였다. 주로 민가를 돌아다녔고 오토바이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이날 새벽 호텔에서 40여 일 만에 만나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재회의 감격을 나눴다. 그러나 곧이어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 살해 소식에 충격을 받고 주저앉아 오열했다.

31일 오후 유엔 전세기편으로 카불을 떠난 이들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대한항공편으로 2일 오전 6시 35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이들은 귀국 뒤 앞서 풀려난 김지나 김경자 씨처럼 국군수도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으며 안정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몸값을 지불했다는 주장이 이날 또 제기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1일 협상을 중재한 아프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인질 전원 석방의 대가로 모두 200만 달러(약 18억 원)가 지불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마지막 인질 석방 협상에 참가한 인도네시아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몸값 논의는 일절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AFP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들(인질)이 기독교 선교를 목표로 아프간에 왔다는 사실이 억류한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한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지난달 30일 “우리는 이 방법(납치)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똑같은 일(납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두바이=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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