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에 나타난 피랍자 12명 상황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8월 1일 03시 00분



피랍자 동영상 한장면31일 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 방송이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피랍자들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침울하게 앉아 있다. 혈색이 창백하고 초췌한 모습이다.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는 모두 12명이 등장했으나 7명만 신원이 확인됐다. 알자지라 방송 화면 캡처
피랍자 동영상 한장면
31일 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 방송이 아프가니스탄 피랍 한국인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피랍자들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침울하게 앉아 있다. 혈색이 창백하고 초췌한 모습이다.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는 모두 12명이 등장했으나 7명만 신원이 확인됐다. 알자지라 방송 화면 캡처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들의 동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아랍 위성채널 알자지라 방송은 31일 피랍 한국인 12명의 모습을 독점 방영했다. 알자지라가 공개한 1분 남짓한 동영상에는 여성 9명, 남성 3명이 등장했다.
앞줄의 여성 5명은 앉아 있었고 나머지는 서 있었다. 여성들은 모두 히잡(이슬람권에서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스카프)을 쓰고 있었으며 남성들도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다.
▽지치고 긴장된 표정 역력=촬영 장소가 매우 어두워 어떤 곳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얼굴이 공개된 인질들은 다행히 상처는 보이지 않았지만 매우 지치고 긴장된 표정이었다.
카메라를 제대로 응시하지도 못하고 몸을 웅크린 채 땅을 쳐다보고 있었다. 혈색이 창백했고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두려움에 잠긴 표정이었다.
카메라는 12명 전체를 비춘 뒤 앞줄 왼쪽부터 천천히 오른쪽으로 옮겨 갔다. 앞줄 5명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신원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다시 뒷줄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나머지 모습을 촬영했다. 뒷줄 인질들의 얼굴은 흐릿했다. 3명은 얼굴도 보이지 않았고 목 아래 부분만 촬영됐다.
이들의 주변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총을 든 채 지키고 있었다.
탈레반이 인질들의 육성에 이어 동영상까지 공개한 것은 겁에 질린 인질들의 동영상을 대중에 유포해 한국과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는 4, 5일 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물을 아프간 외부에서 입수했다고만 했을 뿐 정확한 입수 경로는 밝히지 않았다.
▽12명 중 7명 신원 확인=피랍자 가족들은 이들 가운데 여성 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앞줄에 앉은 여성 5명은 왼쪽부터 임현주(32) 한지영(34) 유정화(39) 이정란(33) 안혜진(31) 씨. 뒷줄의 여성은 오른쪽부터 김지나(32) 김경자(37) 씨로 확인됐다.
앞줄 왼쪽의 임 씨는 26일 밤 미국 CBS방송을 통해 육성이 공개됐다. 대구과학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하다 3년 전 아프간으로 떠나 봉사 활동을 해 왔다.
분홍색 히잡을 쓴 한 씨는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으며 봉사단의 통역을 맡았다.
유 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뒤 의류회사 등에서 일하다 6년 전부터 서울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제주 출신의 이 씨는 경기 성남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당초 먼저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함께 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2년부터 분당 샘물교회를 다닌 안 씨는 각종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번에도 의료 및 교육 봉사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편 오른쪽의 김지나 씨는 한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고 있으며 교회에서 방송 일을 담당하고 있다. 척추 질환으로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져 건강이 우려된다. 회사원인 김경자 씨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봉사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화면상에는 안경 낀 여성 1명과 콧수염을 기른 남성 1명의 얼굴이 얼핏 보였으나 가족들도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뒷줄 맨 오른쪽의 피랍자는 제창희(38) 씨로 추정된다. 제 씨는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에 다니며 봉사단에서 영어 통역을 담당했다. 누나 제미숙(45) 씨는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베이지색 바지와 긴팔 셔츠가 동생의 옷이 맞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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