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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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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를 몸에 두르고 해설을 진행하던 TV 사회자는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이미 전국 곳곳의 도시들은 승리를 자축하는 총성과 함성에 빠져 있었다.
치안을 담당한 경찰들이 먼저 하늘을 향해 총을 쏘며 축하 인파에 파묻혀 버렸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날 축하 총탄에 맞아 7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다쳤지만 우승의 감격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우디와의 결승전에서 이라크 선수들은 팔에 검은 띠를 두르고 경기에 참가했다. 한국과의 준결승전 직후 발생한 폭탄테러로 19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한 애도의 표시였다. 그러나 이 중 많은 선수는 위로의 말을 들어야 할 당사자였다.
멋진 코너킥 크로스로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미드필더 하와르 모하메드와 여러 차례 강슛을 막으며 골문을 지킨 누르 사브리 아바스는 이번 대회 기간에 각각 어머니와 처남이 폭탄테러로 숨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1년 동안 이라크 축구계에는 훈련장에 박격포탄이 날아들어 선수들이 사망하고, 테러로 대표팀 선수가 실종되거나 발이 잘리는가 하면 감독까지 협박으로 사임하는 등 악재가 줄을 이었다.
발을 맞출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두 달 전 브라질 출신의 조르반 비에이라 감독이 이라크 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첫 훈련에 참가한 선수는 불과 6명이었다. 가난한 조국은 이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공짜 훈련을 하기 위해 해외를 떠돌았고, 지역예선도 아랍에미리트의 경기장을 빌려 치러야 했다. 대회 출전 경비도 아시아축구연맹이 이라크에만 특별히 지급한 5만 달러(약 4600만 원) 안에서 해결하느라 자국 대사관이 마련해 준 값싼 숙소에서 지냈다.
그러나 이들 앞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타들이 즐비한 호주도, 투혼으로 무장한 한국도, 높은 몸값과 기술을 자랑하는 사우디도 차례로 무너졌다.
비에이라 감독은 우승 뒤 인터뷰에서 “이들은 보통의 선수들이 아니라 내면적으로 강한 힘을 가진 환상적인 선수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승컵을 대회 직전 차량 폭탄 테러로 숨진 대표팀 물리치료사 안와르 자심에게 바친다고 덧붙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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