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도 순결운동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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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축하하세요, 인생을 축하하세요, 그리고 당신 자신을 축하하세요. 그런데 왜 기다려야 하느냐고요? 당신은 그만큼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 800여 명은 올해 2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이 적힌 카드를 받았다. 이 대학의 ‘진정한 사랑 혁명’이라는 클럽이 보낸 카드였다.

최근 아이비리그(미 동부 8개 명문 사립대)를 비롯한 미 명문대에 ‘진정한 사랑 혁명’ 클럽 같은 순결운동 클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연애=섹스’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성립하는 미국 대학 사회의 문화를 감안하면 결혼하기 전까지 섹스를 하지 말자는 순결클럽의 주장은 다소 이례적이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종교단체 등의 순결운동은 많지만 대학에서의 순결운동은 흔치 않다.

미 전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섹스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1%가 “있다”고 답변했다.

1990년대 초반 보수적인 남부의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순결클럽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자유주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 동부 명문대에서 이 같은 클럽 회원은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2005년 프린스턴대에서 순결클럽이 출범하면서 아이비리그에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매사추세츠공대(MIT)에도 순결클럽이 출범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회원 40여 명 중 절반이 순결서약에 서명했다. 예일대에서도 조만간 순결클럽이 결성될 예정이다.

하버드대에서는 지난해 ‘진정한 사랑 혁명’ 클럽이 출범해 벌써 회원이 5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연착륙했다. 그러나 순결클럽을 보는 시각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순결클럽이 남녀 학생을 모두 회원으로 받아들이지만 여전히 일부 학생은 이를 ‘반여권 운동’으로 해석하기 때문.

하버드대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진정한 사랑 혁명’ 클럽에 가입한 세라 킨셀라(인류학과 4학년)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학생은 내가 지나가면 ‘저기 처녀 지나간다’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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