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라운, 말수 적어 좋아”…폭탄테러사건 조용히 처리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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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브라운(사진) 영국 총리의 ‘과묵한 리더십’이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임 토니 블레어 총리의 화려한 수사(修辭)와 쇼맨십에 싫증난 영국인들이 최근의 테러 미수 사건을 조용하고 신중하게 처리하는 브라운 총리를 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라운 총리의 지지도는 테러 미수 사건 이후 껑충 뛰어올랐다. 그가 ‘강한 지도자’라고 응답한 비율은 77%로 한 달 전보다 14%포인트 올랐다. ‘훌륭한 총리의 자격을 갖췄다’고 답한 비율도 16%포인트 오른 57%였다.

한 런던 시민은 “1982년 포클랜드전쟁 당시의 마거릿 대처 총리를 보는 듯하다”며 “지도자는 무릇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고 감정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의 인기 비결은 전임자인 블레어 총리와 차별화된 리더십이다. 애초부터 블레어는 대중적 정치인, 브라운은 실무형 행정가로 분류돼 왔다. 두 사람이 테러에 대처하는 방식도 매우 달랐다.

2005년 7월 7일 폭탄테러 사건이 터졌을 때 당시 블레어 총리는 ‘문명에 대한 위협’ ‘테러와의 전쟁’ 등의 자극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슬람교도를 겨냥해 무리한 테러법 개정안을 제안했다가 의회에서 무시당했고, 이슬람교도들은 “우리를 악마로 만들었다”며 격분했다.

반면 브라운 총리는 런던과 글래스고 공항의 테러 사건을 단순한 ‘범죄’로 규정했다.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범행을 전체 이슬람인의 문제로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이슬람’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종교와 계층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가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화합형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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