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양분, 공동내각 붕괴

  • 입력 2007년 6월 15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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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무장 세력이 14일 가자지구를 완전 장악한 가운데 파타당의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하마스와 파타당의 공동내각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은 아바스 수반의 명령에 불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3월 출범한 하마스-파타당 공동내각은 붕괴됐고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는 하마스의 가자지구와 파타당의 요르단 강 서안으로 완전 양분됐다. 나아가 이미 100여 명의 희생자를 낳은 양측 무장조직 간의 충돌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아바스 수반은 이날 내각 해산과 함께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에 다국적군을 배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치정부에서 하마스를 대표해 온 이스마일 하니야 총리는 아바스 수반의 내각 해산 명령에 따라 자동으로 총리 직을 박탈당하게 됐다.

그러나 하니야 총리는 15일 현지 TV 생중계 연설에서 아바스 수반의 내각 해산이 '합의를 위반한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가자지구가 팔레스타인에서 절대 분리될 수 없다며 "하마스는 가자지구만으로 국가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온건 성향의 아바스 수반과 파타당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거듭 표명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아바스 수반과 전화통화를 갖고 "아바스 수반은 정당한 권위를 행사한 것"이라며 지지를 표시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도 "이번 사태는 하마스의 사악함과 잔혹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가자지구 내 파타당 통제 아래 있던 보안시설들이 복면을 쓴 하마스 무장조직에 장악되면서 각종 약탈행위가 벌어지고 일대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하마스 전사들은 자동차에 무기와 컴퓨터, 가구 등을 가득 실은 채 사라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목격자는 "이라크전쟁 직후와 다름이 없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제 정의와 이슬람 통치의 시대가 왔다"고 선언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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