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동영상 방영 유족 아픔 배려했어야”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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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BC 방송이 조승희가 보낸 비디오와 사진, 글을 여과 없이 방송한 뒤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센 비판에 부딪쳤다.

버지니아 경찰당국은 19일 성명을 내고 조승희의 영상이 일반에 고스란히 방영돼 실망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영상은 수사관들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버지니아공대 학생들도 “망치를 들고 나온 모습은 지나쳤다”며 “그를 승리자로 만들 수 있는 데다 유가족의 아픔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유가족들도 이 방송이 조승희의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한 데 반발해 출연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방 범죄를 초래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자기 품으로 걸어 들어온 우편물로 특종을 낚은 NBC는 이 같은 반발 기류에 멈칫하는 분위기다.

오후 6시 반 뉴스 앵커인 브라이언 윌리엄스 씨는 18일 첫 방송 때 “그를 영웅으로 만들 생각이 없다”며 “앞으로 방송해도 좋다는 검증이 된 내용에 국한해 추가로 방송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신중 방송’이란 이름 아래 하루에 하나씩 특종방송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 듯 19일 아침에 방송된 NBC 투데이 쇼에서 ‘특별한 영상물’은 공개되지 않았다. 조승희가 자신의 목을 칼로 겨누는 사진이 추가된 점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이 논란은 조승희가 치밀하게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시청률 0.1%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지상파 TV를 선택했다는 점이 ‘내보내지 않고는 못 배긴다’는 이들의 속성을 꿰뚫어 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NBC는 일단 워싱턴포스트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사안의 민감성, 시청자의 알 권리를 고려해 균형 잡기에 최선을 다했고, 최대한 여과한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미방송분 가운데 자극적인 내용이 더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NBC는 “조승희의 비디오와 사진, 글을 제출받아 검토한 경찰의 ‘일단 방송보류’ 요청도 받아들였고, 18일에는 ‘방송해도 좋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시청률 높이기에 눈이 먼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은근히 강조한 셈이다.

블랙스버그=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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