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사상 최악 교내 총격 사건…33명 사망, 29명 부상

  • 입력 2007년 4월 17일 1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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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유를 몰랐고, 아무도 저항할 수 없었다."

광란자의 적개심 앞에 문명사회는 속수무책이었다.

16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 시 버지니아텍(버지니아공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은 최강국인 미국 사회조차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범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기숙사와 강의실에서 두 차례 벌어진 총기 난사로 33명이 사망(자살한 범인 한명 포함)하고 최소 15명이 다친 이날, 총상을 입은 토목공학과 석사과정 1학기 박창민(28·한양대 졸업)씨는 병실에서 악몽의 순간을 회고했다. 그는 인근 몽고메리 지방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 9시45분경 노리스 홀 2층에서 응용 수리학(水理學) 강의가 한창인데 갑자기 괴한이 들이닥치더니 탄창을 바꿔가며 마구 총을 쐈다."

뒷자리에 있던 박 씨는 바닥에 엎드렸지만 총알 한방이 가슴 아랫부분을 스치고 오른팔 상박을 관통했다. 움직이는 사람이 없자 범인은 독일어 수업이 진행 중인 옆 강의실로 옮겨갔다.

행정대학원 2학년 라이언 피셔 씨는 독일어 강의실에서 중상을 입은 친구의 증언을 본보 기자에게 전해줬다.

"옆방 총소리에 놀라 교실 문을 잠그려 하는데 검은 조끼를 입고 총을 든 남자가 들이닥쳤다. 문에서 1.5m 가량 들어선 그는 교수를 쏘고 이어 학생들을 겨냥해 총질을 시작했다. 한 1~2분 총질을 한 뒤 그는 옆방으로 옮겨가 또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곤 몇 분후 우리 교실로 돌아와 이미 무릎에 총상을 입은 내 친구의 다리에 두 발을 더 쐈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경찰 발표에 따르면 범인은 아예 건물 출입문을 안에서 쇠사슬로 걸어 잠근 뒤 두 강의실을 오가며 확인사살을 계속했다. 심지어 학생들을 벽에 줄지어 세운 뒤 총살형을 집행하듯 한 명씩 쓰러뜨렸다. 25명이 수업을 듣던 독일어 강의실에서 무차별 총격이 끝난 뒤 걸어 나온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이에 앞서 오전 7시15분경 기숙사에서는 범인이 각 방을 뒤지며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았고, 다툼 끝에 여자친구와 중재에 나선 상급생 등 2명을 쏴 숨지게 했다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범행 후 현장에서 자살한 범인의 신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기숙사와 강의실의 총격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인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버지니아텍의 찰스 스티거 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강의실 총격 사건의 범인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시아계 남학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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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버그(미버지니아주)=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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