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bal View]“美 주택시장 불안 큰 문제”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교수님이 갑자기 너무 바빠졌어요. 방송 출연도 많아졌습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사무실에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자 비서는 이렇게 말했다. 왜 ‘갑자기’ 바빠졌을까.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을 계기로 경제 비관론자들이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러 교수는 미국 경제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힌다.

2000년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책에서 뉴욕 증시의 폭락을 경고한 그는 그 뒤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통화 서두부터 대뜸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으로 흔들리는 미국 주택시장 전망을 물어보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이 금융시장 전반에 끼칠 영향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큰 변화가 없는 한 미국 주요 도시에서 주택가격은 추가로 하락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만 취약한 게 아니다. 신용도가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프라임 모기지 시장도 연체비율이 2.6%에 이르고 있다. 물론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국 주택시장에 큰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 점이 매우 우려된다.”

―전체적인 미국 경기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미국 경제를 받쳐 온 소비는 주택시장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미국은 저축률이 마이너스다. 소득보다 소비가 많다는 의미다. 이런 소비 성향 때문에 주식과 주택시장의 낙관주의가 가능했다.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더욱 어렵지만 지금의 주식 가격은 높다고 본다. 주택시장 하락은 경기 침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장기 전망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5년 후인 2012년 미국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처럼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고 보는가.

“그동안 미국 경제는 정말 좋았다. 그러나 계속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5년 후 미국은 지금과 같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진 못할 것이다. 아마 일본처럼 되지 않을까. 일본은 지난 15년 동안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그래도 국가 전체로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일본과 같이 견딜 만한 저성장의) 그런 상태 말이다.”

―세계 경제 전체로 볼 때 5년 뒤인 2012년경은 어떨까. 중국은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보는가.

“세계 경제 전체로는 성장률이 괜찮을 것으로 본다. 국가마다 경기 침체는 있을 수 있다. 미국 경기 침체는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는 경기 침체가 있더라도 짧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과열 우려가 있지만 최소한 앞으로 5년은 매우 좋을 것이다. 중국은 매우 잘해 나가고 있다. 최근 상하이에 선물과 옵션시장을 개설했고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물권법을 도입했는데 모두 현명한 조치다. 중국 경제가 계속 좋으면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 전망을 정확히 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대부분의 경제 전망은 너무 기계적이다. 단기적인 지표만 반영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경제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심리’일 때가 많다. 1980년대 일본 경제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도 그랬고, 지금 미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최근 투자 결과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상당히 좋았다.(웃음) 그동안 내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개발도상국 투자에 집중돼 있었는데 최근 거기 있던 투자자금을 빼내고 있다. 여기에도 거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금리정책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FRB가 금리 인상 기조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금리정책은 경제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금리 인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

―세계화 추세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세계화의 편익을 최대화하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세계화는 무한한 기회와 리스크(위험)를 동시에 가져온다. 이를 잘 헤쳐 가려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리스크를 관리할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화는 ‘엄청난 모험’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산업은 도태되지만 새로운 산업이 출현한다. 그러나 세계화의 ‘패자’를 위해 좋은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장 큰 현안이다. FTA가 두 국가에 좋은 것인가.

“FTA란 양국에 더 많은 무역 기회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FTA로 인한 패자도 양쪽에 생겨나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뒷받침할지 고민해야 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로버트 실러 교수는

△1946년 미국 미시간 주 출생

△1972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1972∼82년 미네소타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역임

△1982년∼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2005년 미국경제학회 부회장

△주요 저서: ‘비이성적 과열’(2000년), ‘신금융질서: 21세기의 리스크’(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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