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50주년 미래비전 제시 ‘베를린 선언’ 공표

  • 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유럽헌법 등 쟁점 피해간 ‘절반의 선언’

유럽연합(EU) 창설 50주년을 맞아 EU의 성과를 돌아보고 공통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베를린 선언’이 25일 독일 베를린에서 공표됐다.

선언문은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켜보는 가운데 발표됐지만 유럽헌법 부활 및 EU 추가 확대처럼 논란이 돼 온 사안들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불협화음을 겪는 유럽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선언의 조율 과정에서 폴란드는 기독교 전통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고 영국은 유로화를 언급하는 데 거부감을 드러냈다. 최대 쟁점인 유럽 헌법 문제는 국민투표에서 헌법이 부결된 프랑스, 네덜란드뿐 아니라 체코, 폴란드, 영국까지 ‘헌법’이란 용어 자체가 언급되는 데 반대했다.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주 폴란드를 방문하고 체코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며 막판까지 조율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유럽 헌법 부활 문제는 ‘2009년까지 EU를 새로운 공동의 기반 위에 올려놓기 위해 협력한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부활 의지를 포함시키는 선에서 그쳤다. 폴란드뿐만 아니라 교황청까지 나서 삽입을 요구했던 ‘기독교적 가치’도 언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당초에는 선언문에 27개국 정상이 모두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결국에는 EU 의장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 한스게르트 푀터링 유럽의회 의장,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 세 사람의 서명으로 대체됐다.

완전하지 못한 ‘베를린 선언’이었지만 선언문이 준비되고 발표되는 동안 베를린 시내는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베를린 시내 박물관과 미술관은 24일 밤늦게까지 문을 열었다. 35개 나이트클럽은 밤샘 영업으로 유럽 각국에서 모여든 파티 손님을 맞았다. 브란덴부르크 문 앞 대로는 노천 음식점으로 탈바꿈했다. 벨기에의 와플부터 터키의 케밥에 이르기까지 27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베를린 시민과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각국 정상들이 24일 저녁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베토벤 5번 ‘운명’ 교향곡을 감상하는 동안 시민들은 거리 곳곳의 야외 공연을 즐겼다. 25일에는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에서 영국 록가수 조 카커를 비롯해 유럽의 유명 뮤지션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 야외 공연이 열렸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 영국 ‘유럽통합 미신’

통합되면 英스낵 이름도 바꿀 판?

“유럽연합(EU)의 멍청하고 간섭 좋아하는 관료들이 영국의 오랜 전통을 모두 바꾸려 할 것이다.”

유럽의 급속한 통합을 거부해 온 영국에는 아직도 이 같은 두려움이 여전하다. 사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터무니없는 ‘유럽 미신(Euro-myth)’도 여럿 생겨났다.

BBC방송이 23일 대표적인 ‘유럽 미신’의 진위와 유래를 따져 봤다.

▽술집 여종업원은 가슴 사이의 계곡을 드러내선 안 된다=한때 유럽의회가 근로자들의 피부암 예방을 위해 지나친 햇빛 노출을 막도록 고용주에게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논의한 내용이 과장된 것.

▽영국 소시지는 ‘유제화 고지방 고기부스러기 튜브(emulsified high-fat offal tube)’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1980년대 TV 코미디 프로그램 ‘예스 장관’에서 나온 얘기지만 실제로 둔갑해 사실로 믿어져 왔다.

▽반듯한 바나나는 못 판다=유래를 확인할 수 없는 오래된 미신으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EU의 (식품위생) 규정에는 ‘바나나는 기형이거나 비정상적인 굴곡이 없어야 한다’고 돼 있다.

▽영국 스낵 ‘봄베이 믹스’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EU 관료들이 과거 제국주의 유산을 없애기 위해 봄베이 대신 뭄바이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는 것. 그러나 이 얘기는 그저 타블로이드 신문의 우스개 가십거리에서 유래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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