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는 빅 브러더” 동영상 순식간에 100만건 조회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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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패러디한 안티 힐러리 동영상. 오른쪽은 안티 힐러리 배지. 자료 화면 유튜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패러디한 안티 힐러리 동영상. 오른쪽은 안티 힐러리 배지. 자료 화면 유튜브
《새빨간 색으로 적힌 ‘NO WAY IN HELLARY’(지옥 같은 힐러리는 절대 안 돼).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쓰인 티셔츠가 12∼25달러에 팔리고 있다. 옆에는 악마처럼 묘사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똑같은 디자인으로 된 모자와 머그잔, 부착용 자석 같은 사무용품도 판매 중이다. 2008년 미 대선을 앞두고 예비후보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상대 진영을 겨냥한 이른바 ‘안티’ 후보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

이런 안티 움직임은 최근 한 편의 동영상이 누리꾼들 사이에 급속하게 유포되면서 온라인상의 증오 캠페인 논란에 불을 댕겼다.

문제의 작품은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1984’라는 제목의 ‘안티 힐러리’ 정치 광고. 조지 오웰이 쓴 ‘1984년’을 영화화한 작품의 일부를 패러디한 74초짜리 동영상으로, 클린턴 의원이 독재자 ‘빅 브러더’로 묘사돼 있다.

음산한 미래사회, 유령처럼 공허한 표정을 한 대중 앞에서 클린턴 의원의 기계적인 목소리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때 누군가 달려 들어와 스크린을 향해 도끼를 집어 던지고, 스크린이 깨지면서 밝은 빛이 쏟아진다.

마지막으로 뜨는 문구는 ‘민주당 경선이 시작됩니다. 2008년이 왜 1984년과 다른지 아시게 될 겁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오자마자 순식간에 조회 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다. 유튜브에서 역대 어느 정치 광고나 대선후보 캠페인 관련 동영상보다도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21일 외신들은 “새로운 차원의 증오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의원의 경쟁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측은 “우리 쪽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오바마 의원을 지지하는 힘이 온라인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는 증거”라고 언급했다. 클린턴 의원 진영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지만 대응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티 오바마’도 만만치 않다. 유튜브나 각종 블로그에는 오바마 의원을 멸시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발언 및 오바마 의원의 저서(‘대담한 희망’)에 쓰인 것과는 다른 위선적 행동, 부인 미첼 오바마 씨의 사회적 처신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표현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이런 행위를 선거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혐의로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 연방선거운동법(FECA)은 선거자금과 기부행위에 대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터넷상 정치 캠페인 부분은 사실상 치외법권으로 남아 있다.

정치적 목적을 띤 동영상이 익명으로 올라오는 데다 유튜브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방침을 천명하고 있어 작성자를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안티 캠페인이 온라인에서 바이러스처럼 번지면 향후 선거운동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욜라대 리처드 하센 교수는 “콘텐츠의 신뢰도 확인을 위해서라도 작성자 공개 등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영상 보러가기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美월간지 이념 스펙트럼 조사

오바마 가장 진보적… 힐러리는 오락가락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낸 현역의원 후보 가운데 가장 진보적인 후보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일리노이) 상원의원, 가장 보수적인 후보는 공화당의 샘 브라운백(캔자스) 상원의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 정가 소식을 주로 다루는 내셔널 저널 3월호는 ‘이념 문제가 걸린 민감한 표결 때 어느 쪽에 투표했는가’ 등을 기준으로 후보들의 이념 스펙트럼을 조사했다.

진보 성향이 가장 강한 후보는 99점 만점에 84.3점을 얻은 오바마 의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데니스 쿠치니크(오하이오·79.4점), 크리스토퍼 도드(코네티컷·79.2점), 힐러리 클린턴(뉴욕·78.8점), 조지프 바이든(델라웨어·76.8점) 의원의 순이었다.

민주당 선두주자인 힐러리 의원은 보수파에게서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비난을 받지만 실제로는 2003년 이라크전쟁 개전 직전 전쟁 조건부 지지 표명과 상원 군사위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함에 따라 ‘진보→보수→진보’의 미세한 변화를 보여 온 것으로 분석됐다.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한 후보로 꼽힌 브라운백(81점) 의원은 북한 인권 문제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온 정치인이다. 이어 톰 탠크레도(콜로라도·75.9점), 존 매케인(애리조나·71.8점), 척 해이글(네브래스카·71.5점) 의원도 보수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유력 주자인 매케인 의원은 이라크 파병 미군 증원을 강하게 요구해 왔지만 정치자금법 개정을 주도하며 온건한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보여 왔다. 공화당 선두주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낙태를 찬성했고 이혼한 경력도 있어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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