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당태종이 아둔한 애꾸눈 군주였다고?

  • 입력 2007년 3월 21일 20시 40분


KBS의 ‘대조영’에서 양만춘 역으로 등장하는 탤런트 임동진(좌)과 당태종 역 송용태(우).사진 출처 : KBS의 ‘대조영’ 홈페이지
KBS의 ‘대조영’에서 양만춘 역으로 등장하는 탤런트 임동진(좌)과 당태종 역 송용태(우).사진 출처 : KBS의 ‘대조영’ 홈페이지
"뭐? 당(唐) 태종(太宗)이 아둔한 애꾸눈 군주였다고?"

한국에서 절찬리에 방영 중인 대하 역사드라마에서 당나라 태종이 아둔한 애꾸눈이로 나오자 중국인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방영하기 시작한 SBS의 '연개소문'과 같은 해 9월 시작한 KBS의 '대조영'에서 당 태종은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가 안시성을 지키던 양만춘 장군이 쏜 화살에 왼쪽 눈을 맞아 실명하고 퇴각한 것으로 나온다.

중국과 홍콩, 대만의 언론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한다. 홍콩의 인터넷 언론 중궈핑룬신원왕(中國評論新聞網)은 13일 "당 태종이 비 오듯 쏟아지는 고구려 병사들의 화살에 맞아 외눈박이가 됐다는 한국 TV 드라마를 보고 중국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 태종은 중국인들이 5000년 역사상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황제다. 그는 또 '정관의 치(貞觀之治)'라는 중국 최고의 전성기를 이룩한 군주로 평가받는다.

그럼 양만춘 장군의 화살에 당 태종이 눈을 맞았다는 얘기는 사실일까. 이 얘기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 후기 학자인 이색의 시 '정관음(貞觀吟)'이다. 이후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 여러 야사와 수필집, 시가집에 등장한다.

한국의 정사(正史)에는 이런 얘기가 없다. 중국은 정사나 야사(野史)를 통틀어 단 한 군데도 없다.

당 태종은 645년 고구려 친정(親征)에 나섰다가 안시성에서 실패하고 돌아갔다. 그 뒤 재침을 노렸으나 결국 성사시키지 못하고 649년 5월 병사했다.

SBS 드라마 '연개소문'의 극작가 이환경 씨는 "당 태종이 고구려군의 화살을 맞고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얘기는 한국 야사에 분명히 나온다"며 "중국 정사에 없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런민(人民)대 국학원 멍셴스(孟憲實) 교수는 "당 태종은 말년에 유전병에 걸려 고혈압이 도져 사망했다"고 말했다.

중앙대 역사학과 권중달 교수는 "TV 드라마를 역사적 사실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이 얘기는 '가능성 있는 허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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