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학교 선생님들 ‘정체성 혼란’…34% 1년만에 사직

  • 입력 2007년 3월 20일 03시 01분


학교 교사 중 가장 힘든 이는 중학교 교사다.

초등학교 교사처럼 이 과목 저 과목 다 가르치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도, 고등학교 교사처럼 한 과목만 가르치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도 아니고 어정쩡한 위치에 처하기 십상이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중학교 교사들이 청소년기 전반기의 심리상태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배치돼 학생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라델피아 시에서는 한해 신임 중학교 교사 34.2%가 적응하지 못해 다음 해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교사의 21.1%, 고등학교 교사의 26.3%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미국 중학교교육개혁촉진포럼의 페기 가스킬 의장은 “우리는 교사를 초등학교나 고등학교 교실에 맞게 교육시킬 뿐 중학교 교실에 맞게 교육시키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가령 고등학교의 문제아는 아예 학교에 나오지 않거나 수업을 빼먹는다. 중학교의 문제아는 그렇지 않다. 꼬박꼬박 학교에 나오긴 한다. 그러나 그게 교사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다.

4년간 중학교에서 가르친 적이 있는 뉴욕 브롱크스 고등학교의 크리스티안 클라크(29) 교사는 “중학교에서는 아이들 싸움을 말리거나 조용히 시키는데 2배나 더 많은 시간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중학생의 학업성취도는 초등학교 최종학년 학생보다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뉴욕 주가 처음 실시한 학년별 학업성취도 측정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읽기 능력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갈 때 급격히 떨어져 졸업 때까지 계속 하락했다.

중학교 교사는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 학생 다루는 기술을 시행착오를 겪으며 현장에서 터득해야만 한다.

뉴욕 세스로 중학교의 코린 카우프먼(45) 교사는 학생이 ‘뚱보 아줌마’라고 부를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은 조용히 돌아서서 “관능적(voluptuous)이라고 말하면 어떠니”라고 답하면서 이 어려운 단어를 가르쳐 주고 있지만 모욕의 순간을 가르침의 기회로 바꾸는 데는 1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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