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내 사랑 받아줘, 중남미”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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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일각에서 ‘미국은 우리에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을 정말 걱정하고 있습니다.”

7일간의 중남미 5개국 순방 일정을 시작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첫 방문지인 브라질의 상파울루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2001년에 비해 미국의 중남미 원조액이 2배나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저소득층 주거 개선과 에탄올 연료 생산 증대를 위한 지역 에너지 동맹 구축 등 중남미 주민들의 주된 관심사인 ‘사회적 정의 증진’을 돕기 위한 새로운 계획들을 열거했다.

브라질을 시작으로 우루과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멕시코를 방문하는 이번 순방을 9·11테러 후 중동지역에 집중하는 동안 소원해진 중남미지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회복하는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구애(求愛)’의 표현인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와의 협력관계를 중남미 외교의 축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대체 에너지 개발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며 룰라 대통령은 이달 말 캠프 데이비드 별장을 답방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지 반응은 차갑다.

“9·11테러 이후 중남미는 갑자기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이미 파혼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꽃다발을 들고 와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같이하자고 한다.”(브라질의 마르타 라고스 라티노바로메트로 소장·워싱턴포스트 회견)

사실 지난 수년간 중남미의 정치 지형도는 크게 바뀌었다. 브라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내세울 정도로 외교력이 크게 강화됐다. 막대한 석유자본을 무기로 지역 맹주를 노리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좌파정권 벨트도 구축됐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9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축구경기장에 수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반(反)부시 집회도 허가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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