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공방’ 번진 리크게이트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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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리비 전 미국 부통령 비서실장이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 누설 사건(리크 게이트)과 관련해 유죄 평결을 받은 지 하루도 안 돼 사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위클리스탠더드, 내셔널리뷰 등 보수 성향의 미국 언론매체들은 “조속히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온라인 매체 ‘인트라 트레이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올해와 내년 말까지 리비 씨를 사면할 가능성을 각각 23%와 63%로 전망했다.

해리 라이드 상원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은 범법 행위를 한 리비를 사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면서 사면론에 쐐기를 박았다.

미국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은 형 집행 도중이나 완료 후에는 물론 범죄수사가 시작되기 전이나 사법 절차 진행 중에도 행해질 수 있다. 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처럼 법적으로 기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8일 “리비 사면 찬반 논란으로 워싱턴이 시끄럽다”면서 “법률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이어질 리비의 항소 기간에 사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사면을 남발해서 여론이 좋지 않았던 점에 비춰 부시 대통령이 쉽사리 리비 씨 사면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타임지는 7일 미국 역사상 가장 논란이 됐던 10대 사면 리스트를 발표하며 “부시 대통령이 최측근이자 도덕적 비난을 받고 있는 리크 게이트의 주범을 섣불리 사면할 경우 논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지는 10대 사면 사건 중에서도 특히 많은 비난을 받은 사면 대상 인물로 닉슨 전 대통령, 이란-콘트라 스캔들 주역 캐스퍼 와인버거 전 국무장관, 4800만 달러의 세금을 탈세한 금융가 마크 리치 씨 등을 꼽았다.

캐슬린 딘 무어 오리건 주립대 교수는 “닉슨 사면은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이 됐을 정도로 적절하지 못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았다”면서 “대형 정치·경제 사건에 연루된 인물을 사면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임지 선정 미국에서 논란이 됐던 10대 사면
인물 죄목(직책)사면 대통령(연도)
위스키 시위자들주류세 납부 거부조지 워싱턴(1794)
남부연방 주민들미합중국 귀속 거부앤드루 존슨(1865)
지미 호파사기(노조 지도자)리처드 닉슨(1971)
리처드 닉슨워터게이트 사건 은폐제럴드 포드(1974)
베트남전 징집 거부자들베트남전 참전 거부지미 카터(1977)
마크 펠트(일명 딥스로트)가택 불법 수색(FBI 부국장)로널드 레이건(1981)
조지 스타인브레너불법 정치자금 기부(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구단주)로널드 레이건(1989)
캐스퍼 와인버거이란과 불법 무기거래(국무장관)조지 부시(1992)
패티 허스트은행 강도(허스트가 상속녀)빌 클린턴(2001)
마크 리치세금 포탈(금융가)빌 클린턴(2001)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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