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온건파의 반격’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핵 개발과 이라크 개입 문제로 미국과 대치 중인 이란 정권 내부에 심각한 파열음의 징후가 끊이지 않는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건강 이상설이 나오는 데다 최근 선거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지지파가 대거 낙선하면서 권력 암투설도 무성하다.》

이런 가운데 마이클 레딘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이 ‘이란의 승계 전쟁’이라는 제목의 웹사이트 기고문에서 ‘최고지도자 후계 문제를 둘러싼 이란 내부의 권력투쟁이 이젠 공공연한 대결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줄곧 이란의 정권 교체를 주창해 온 네오콘(신보수주의) 논객.

레딘 연구원은 하메네이 이후 최고지도자 자리를 노리는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국정조정회의 의장과 이를 막으려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권력투쟁의 두 축으로 보면서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두 사람의 투쟁 양상을 분석했다.

지난달 말 한 전직 대통령보좌관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오만하게도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구원자’로 자처하며 핵 개발을 방해하는 이들을 법정에 세우라”고 주장했다. 바로 라프산자니 의장 측을 겨냥한 것.

라프산자니 의장 지지자들은 “오늘날 이란의 공격성 탓에 경제적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것으로 받아쳤다. 라프산자니 의장은 현 정권의 강경 대외정책이 이란의 발전을 해친다며 온건 실용주의를 내세워왔다.

라프산자니 의장 자신도 이례적인 행보를 취했다. 최근 시아파 이슬람 성지인 콤을 방문한 그는 고위 종교지도자들을 만나 “최고지도자 사망 때까지 후계자 선정을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말에는 TV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종교적 사명감을 강조하면서 이슬람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보좌관 시절 호메이니와 맺은 긴밀한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후계자 1순위로서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제스처인 셈이다.

이처럼 정권 핵심의 헤게모니 투쟁으로 권력 공백이 생기면서 최근 일부 지방에서는 총격전이 일어나는가 하면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관료들마저 미국이나 주변국에 이중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고 레딘 연구원은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올해 이란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아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의회의 불신임을 받아 쫓겨나거나 실질적 권력을 뺏긴 채 명목상의 직위만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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