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오바머 대선출마 공식선언
▽세대교체의 기수=오바머 의원이 이날 출마 선언장으로 선택한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1858년 “내부가 갈라진 집은 서 있지 못한다”는 연설로 흑인 노예 해방의 정치투쟁을 시작했던 곳. 이곳에서 그는 세대교체를 통해 부패하고 낡은 현재의 워싱턴 정치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오바머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 연설에서 “케네디 시절 이후 사라진 ‘무엇인가’를 되찾아오자”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시대의 부름을 받았고 우리 세대가 응답할 때다. 이제는 (역사의) 책장을 넘길 차례”라고 힘줘 말했다.
“횃불은 우리 세대로 넘겨졌다”고 말한 케네디의 취임 연설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케네디와 하버드대 법대 선후배이며 초선 상원의원으로 출마의 뜻을 밝힌 것까지 닮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발언이다. 오바머 의원은 이 연설을 통해 국민의 변화 욕구를 정확히 읽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워싱턴 정치에 태생적 거부감이 심한 미국인은 달라져야 할 미국의 미래를 그에게서 엿본다. 조지아 주지사 출신으로 워싱턴 경험이 없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기성 정치질서에 신물이 난 미국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던 선례가 있다.
▽이미지뿐 실체가 없다?=오바머 의원 비판론자들은 “그에게는 실체가 없다. 스타를 갈망하는 언론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냈을 뿐”이라고 말한다. “목표의식만 강할 뿐 실행을 위한 각론(各論)이 없다”는 지적도 그를 괴롭혀 왔다.
그는 출마선언 연설에서 디지털 경제 정착, 교육 투자 강화, 노동자 권리 보장, 값싼 의료보험 확대, 에너지 의존도 감소, 전 지구적 동맹 구축을 촉구했다. 물론 앞으로 그가 내놓아야 할 숙제지만 구체적 실천방안은 아직 꺼낸 바 없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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