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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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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는 과학, 종교적 신념, 세계 문화 이해에 중점을 둔 대대적인 교과과정 개편안을 7일 발표했다. 이번 교과과정 개편은 3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이뤄지는 것. 교양과목 공부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과 다른 가치와 관습, 제도에 접촉할 수 있게 만들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미국 중심의 편협함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단행됐다.
▽개편된 교과과정=하버드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8개 필수 이수과목 도입을 중심으로 한 34쪽 분량의 개편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계의 사회(societies of the world)’ 과목. 현재 하버드대 학부생들이 과거와 달리 미국이 유일 강대국인 전례 없는 시대에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에 국제사회 속에서의 미국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학부생에게 종교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하려 했던 초안은 지난해 12월 최종안에서 빠졌다. 그 대신 학생들은 종교와 사상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문화와 신앙(culture and belief)’이라는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교과과정 개편 태스크포스 팀은 이에 대해 “하버드대는 비종교 기관이지만 종교는 학생들의 삶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대학 신입생의 94%는 자주 또는 가끔 종교 문제를 토론한다고 밝혔으며 예배에 참석하는 학생도 71%였다.
‘윤리적 사고’ 과정도 포함됐다.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고, 정책을 평가하고, 협상을 하거나, 가족 내 딜레마를 해결하는 등의 결정에 늘 윤리적인 이슈가 연관되므로 이에 대비토록 하겠다는 취지다.
‘세계의 과학’ 과정은 화석연료 의존, 우주 탐사, 핵무기 확산, 기후 변화, 인터넷 시대의 각종 이슈 등을 주제로 삼는다. 과학 발달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새롭게 마주칠 딜레마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겠다는 것.
▽교과과정 개편 추진 배경=교과과정 개편은 지난해 6월 사임한 로런스 서머스 전 총장 재임 시절 시작됐다. 하버드대는 교수 6명과 학생 2명으로 구성된 교과과정 개편 태스크포스 팀을 3년간 운영해 왔다.
이런 교양 교육의 강화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및 능동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을 변화하는 세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능동적인 지도자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교양 과목이 단순한 학점 취득 수준에서 머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공과목 교수뿐만 아니라 대학원 교수와 연계토록 권고함으로써 살아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주문했다.
그동안 하버드대가 현실을 외면하고 좁은 학문적 문제에만 매달려 왔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보수층으로부터는 371년 전 청교도 목사를 훈련하기 위해 시작된 하버드대가 종교에 비우호적인 ‘진보적 요새(liberal bastion)’로 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것.
하버드대 인문·자연과학대학은 다음 달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개편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며,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새로운 하버드대 교양필수 과목 | |
| 새 교양필수 과목 | 교육 목표 |
| 미학과 해석 | 문화에 대한 심미적 반응 및 이해 능력 개발 |
| 문화와 신앙 | 문화와 신앙을 통해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능력 제고 |
| 불확실한 세상에서 마주치는 각종 결정에 대응하는 방법 교육 | 경험적 추론 |
| 윤리적 사고 | 자신과 다른 가치 체계를 만날 때의 윤리적 갈등 극복 |
| 생활과학 | 교실 밖에서 마주칠 생활과학과 기술의 중심 개념 이해 |
| 세계의 과학 | 졸업 후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과학상식 교육 |
| 세계의 사회 |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여 편협성을 극복 |
| 세계 속의 미국 | 미국과 다른 나라의 사회적 정치적 법적 경제적 연계를 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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