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독재자’일수록 더 교묘한 언론통제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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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가 대표적 민주독재자로 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가 대표적 민주독재자로 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선출된 민주독재자들이 민주주의의 틀을 유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언론을 억압하는 새로운 언론통제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뉴욕에 있는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PJ)가 4일 밝혔다.

민주독재자(democratator)란 민주주의(democracy)와 독재자(dictator)를 합한 말이다.

CPJ는 이날 ‘2006년 언론에 대한 공격’이라는 제목의 연례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대표적 민주독재자로 거론했다.

이들의 특징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독재자들로 법을 이용해 언론을 통제 협박 검열한다는 것.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뉴스 진행자들이 “국가를 분열, 약화, 파괴시키려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는 2000년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13명의 언론인이 피살됐으나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CPJ는 일부 국가가 언론통제 수단으로 ‘회전문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전문 전략은 기자들을 투옥했다가 국제사회의 비난이 터져 나오기에 앞서 석방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란은 2000년 이후 100개 이상의 간행물을 판금시키고 수십 명의 기자를 체포했다가 다시 석방했다. 그러나 재투옥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기자들은 위축되기 마련이라는 것.

한편 CPJ는 “이라크 저항세력이 주기적으로 언론인을 겨냥하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사망한 언론인의 3분의 2가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어 “이라크 주둔 미군에 피살된 언론인 14명도 의도적 표적이 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어느 경우도 군 당국에 의해 합당한 조사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55명의 언론인이 업무와 직접 관계된 일로 숨졌다. 또 12월 1일 현재 24개 개발도상국에 134명의 언론인이 투옥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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