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처형, "재판과정에 미국인 수 백명 핵심역할"

  • 입력 2006년 12월 31일 15시 49분


이라크 판사들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지만 후세인의 재판 및 유죄 입증 과정에는 미국의 변호사와 보좌진들, 조사관 수백 명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미국 보스턴 글로브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계열의 이 신문은 지난 3년동안 미국 법무부와 국무부 관리들이 재판의 중요한 증거를 찾기 위해 수 백만쪽의 이라크 문서뿐만 아니라 후세인 집권 24년 동안 대량학살로 인한 무덤 수 백 기를 면밀히 조사했으며 미국의 보좌진들은 재판규정 마련에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선출된 이라크 정부가 권력을 장악한 뒤에도 하루하루 진행된 재판의 행정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법원 신축과 집단 매장지 발굴, 이라크 판사 훈련, 증거수집 등의 업무에 모두 1억28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해 이라크측이 부담한 900만 달러를 무색하게 했다.

이 같은 사정에 따라 이라크 안팎의 많은 비평가들을 포함해 특히 아랍세계에 승자인 미군이 후세인 재판을 총지휘했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인권단체들과 유럽정부들, 일부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르완다와 유고 독재자 등의 전례를 들어 국제재판소 설치를 통한 후세인 재판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비효율적이고 일반인의 법감정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온 점도 후세인 재판의 신뢰도를 실추시킬 수밖에 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전 세계 전쟁범죄와 대량학살 관련 연구단체인 ICTJ의 이라크프로그램 책임자인 미란다 시손즈는 "아랍세계의 감정에 주목한다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재판소 설치과정의 미국의 역할은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으며 토론토대학의 조교수인 네할 부타도 "후세인 재판은 미국 주도의 과정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미국관리들은 후세인 재판을 국제적으로 처리하려고 유엔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에게 협력을 요청했으나 재판이 후세인 사형선고에 활용될 수 있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참여를 거부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전범문제 대사 출신으로 후세인 재판소 설치에 중요한 역할을 한 피에르 리처드 프로스퍼는 많은 국가들에게 재판과정의 목격자 보호, 무덤 발굴, 판사 훈련 등의 임무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영국과 호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인들이 재판을 담당했다는 점이 중요하고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번 재판은 이라크의 미래에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언론들에 대한 감시활동을 펴고 있는 워싱턴의 중동미디어연구소(MEMRI)의 님로드 라펠리는 "미국이 뒤에서 재판을 지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담 후세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항상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왔으며 그들은 무슨 일이 있든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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