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로 돈버는 러시아 사립탐정

  • 입력 2006년 11월 6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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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나 연인의 불륜 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아직도 우리의 주요 업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세르게이 스테파노프 세계탐정연합(WAD) 러시아 지부장은 최근 "러시아 사설탐정의 활동 무대가 개인 사생활에서 기업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기업이 의뢰한 시장 조사와 사업 파트너의 정보 수집이 탐정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초반 생겨난 러시아 사설탐정들은 도시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다양한 업무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 3년 이상 정보기관이나 경찰 등에서 일하고 두 달간 탐정 협회 연수를 마치면 인가를 취득할 수 있다. 국제기구인 WAD에 정식으로 가입한 러시아 탐정은 15명.

도청 또는 정사 장면 촬영과 관련된 사건을 의뢰받아 돈을 받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스테파노 씨는 "러시아 사설탐정의 90%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털어놨다.

그의 설명대로 최근 각광받는 분야는 기업 시장조사다. 러시아 시장은 최근 오일머니 유입으로 활황이지만 서구에 비해 시장정보가 많이 공개되지 않은 편이다.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의 재무 회계 등 기초 정보도 부족하며 시장 제도도 복잡하기 그지없다.

이런 환경은 사설탐정들이 황금을 캘 수 있는 광맥 역할을 한다. 시장 진출을 앞둔 기업에게 시장과 경쟁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지 않은 사례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 탐정들의 설명.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가 추정한 탐정 서비스 요금은 △러시아 시장 내에서 경쟁기업에 대한 조사가 1건당 300달러(28만5000원) △유럽 아시아 미국 기업에 대한 정보 수집은 1000달러(95만원) △사업 파트너와 고객에 대한 정보 점검은 1000달러 등이다.

그렇다면 기업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탐정들이 손을 뗐을까. 이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모스크바 돈스카야 거리에서 탐정으로 등록한 발레리 부슬로프 씨는 "부부가 이혼할 때 배우자가 숨겨놓은 부동산을 찾아주는 일이나 경찰이 찾지 못한 실종자, 행방불명자에 대한 정보 수집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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