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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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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의 관계도 일종의 거래다. 상대의 의중을 철저히 파악해 ‘밑지는 장사’가 되지 않도록 머리를 써야 한다. 그것이 국익이다. 그러나 노 정부는 ‘뒷심 없는 자주’ 외마디로 판판이 손해를 봤다.
정부는 미국의 속도 모르고 독립운동이라도 하듯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만 강조하다 천문학적인 안보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시키게 됐다. 미국은 해외 분쟁에 주한미군을 신속히 투입하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공동 행사해 온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넘길 필요가 있었다. 최첨단 군사장비로 무장한 주한미군을 오로지 한국 방위에만 묶어 놓고, 유사시 대규모 병력을 한반도에 투입하게 돼 있는 현재의 한미연합사령부 체제로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줄 것 다 주고 한미동맹 이완시켜 안보 불안▼
그래서 미국이야말로 한국의 눈치를 살피며 전시작전권 이양의 계기를 찾아야 할 처지였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먼저 들고 나섰으니 미국으로선 내심 쾌재를 부른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생색내면서 첨단무기까지 한국에 팔게 됐다.
정부는 자주국방을 내세워 국민에게 비용청구서를 정신없이 발부할 것이다. 그러고도 전쟁억지력(抑止力)은 떨어지게 됐다. 당장 미 국방부는 주한 미8군 사령부를 2008년 말까지 해체해 하와이에 있는 미 태평양 육군사령부로 통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8군 사령부가 해체되면 유사시 미군 증원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 국군의 이라크 파병,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부분 참여 등도 미국의 뜻을 받아들인 것들이다. 처음엔 펄펄 뛰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우리가 얻은 것은 거의 없이 무너지곤 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작은 양보’를 원했지만 조지 W 부시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우리는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불가(不可)’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줄 건 다 주고 되받기는커녕 좋은 소리도 못 듣는 최악의 외교가 ‘자주외교’라면 그런 자주가 무슨 소용인가.
▼韓日-韓中 정상회담, 냉철해야 할 대통령▼
대일(對日) 외교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다음 주 아베 신조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기로 돼 있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한일관계 악화의 주된 책임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에게 있는데도, 노 대통령이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대일 발언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일본 측 인식도 뿌리가 깊어진 상태다.
노 대통령은 작년 3월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해 “(한일 간에)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올해 4월 발표한 특별담화문에서도 “일본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을 때까지 국가적 역량과 외교적 자원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중재자여야 할 대통령이 선두에서 이런 발언을 함으로써 대화의 여지를 스스로 닫아 버렸다. 그런 대통령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선 이상하리만큼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러니까 “국민의 반일감정을 노린 또 하나의 자주 장사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노 대통령은 다음 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도 정상회담을 한다. 한일, 한중 정상외교에서 노 대통령이 좀 더 냉철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잠시 국민이 듣기 좋은 소리만으로 국익을 지켜낼 수 없음을 많은 국민이 경험으로 알고 있다. 외교를 잘못하면 그 부채(負債)를 국민이 두고두고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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