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외기업 M&A열풍 주춤

  • 입력 2006년 8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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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은 ‘속빈 강정’인가.” 최근 중국회사에 인수된 외국기업들이 속속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중국의 영업방식이 글로벌경영에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합병(M&A)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중국 레노보그룹에 넘어간 IBM 개인용컴퓨터(PC)는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매출이 급감하자 레노보는 IBM PC사업부의 최고경영자를 갈아 치우고 종업원 1000명을 해고하는 긴급 처방에 나섰다.

2003년 중국 TCL전자에 인수된 RCA-톰슨 TV사업부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 1분기(1∼3월) RCA 손실 규모는 1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RCA의 경영난 탓에 TCL까지 주가가 인수 전보다 75% 떨어지는 동반 부진 현상을 겪고 있다.

이 밖에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회사 완샹이 인수한 미국 유니버설 오토모티브사는 파산 선고를 받았으며 미국 인포커스사는 중국 TV부품회사 사우스 마운틴 테크놀로지에 넘어간 뒤 단 한 건의 제조 주문도 받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중국 대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인지도를 키우기보다는 외국 브랜드를 인수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중국의 제조능력과 외국의 브랜드 파워를 결합해 단기간 내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서둘러 M&A에 나서면서 ‘먹잇감’의 경영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구기업처럼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분석했다.

‘실패작’이 속출하자 중국기업의 해외 M&A 열풍도 사그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차이나모바일은 벨기에 이동통신사 밀리콤을 53억 달러에 인수하려다가 막판에 포기했다. 또 지난해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이 미국 유노칼 인수를 포기한 것은 미국 내 반대여론뿐만 아니라 방대한 규모의 외국기업 인수에 따른 경영방식 마찰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5대 외국기업 인수합병
연월일인수한 중국 기업 인수된 외국 기업(국가)인수 규모(억 달러)
2005년 8월 22일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페트로 카자흐스탄41.8
2006년 1월 9일중국해양석유그룹(CNOOC)악포 유전(나이지리아)26.9
2005년 1월 20일중국석유화공그룹(SINOPEC)우드머르트네프트(러시아)24.6
2005년 9월 13일안데스석유에콰도르 유전14.2
2004년12월 8일레노보그룹IBM PC사업부(미국)12.5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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