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수합병(M&A)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중국 레노보그룹에 넘어간 IBM 개인용컴퓨터(PC)는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매출이 급감하자 레노보는 IBM PC사업부의 최고경영자를 갈아 치우고 종업원 1000명을 해고하는 긴급 처방에 나섰다.
2003년 중국 TCL전자에 인수된 RCA-톰슨 TV사업부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 1분기(1∼3월) RCA 손실 규모는 1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RCA의 경영난 탓에 TCL까지 주가가 인수 전보다 75% 떨어지는 동반 부진 현상을 겪고 있다.
이 밖에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회사 완샹이 인수한 미국 유니버설 오토모티브사는 파산 선고를 받았으며 미국 인포커스사는 중국 TV부품회사 사우스 마운틴 테크놀로지에 넘어간 뒤 단 한 건의 제조 주문도 받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중국 대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인지도를 키우기보다는 외국 브랜드를 인수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중국의 제조능력과 외국의 브랜드 파워를 결합해 단기간 내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서둘러 M&A에 나서면서 ‘먹잇감’의 경영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구기업처럼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분석했다.
‘실패작’이 속출하자 중국기업의 해외 M&A 열풍도 사그라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차이나모바일은 벨기에 이동통신사 밀리콤을 53억 달러에 인수하려다가 막판에 포기했다. 또 지난해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이 미국 유노칼 인수를 포기한 것은 미국 내 반대여론뿐만 아니라 방대한 규모의 외국기업 인수에 따른 경영방식 마찰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5대 외국기업 인수합병 | |||
연월일 | 인수한 중국 기업 | 인수된 외국 기업(국가) | 인수 규모(억 달러) |
2005년 8월 22일 |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 | 페트로 카자흐스탄 | 41.8 |
2006년 1월 9일 | 중국해양석유그룹(CNOOC) | 악포 유전(나이지리아) | 26.9 |
2005년 1월 20일 | 중국석유화공그룹(SINOPEC) | 우드머르트네프트(러시아) | 24.6 |
2005년 9월 13일 | 안데스석유 | 에콰도르 유전 | 14.2 |
2004년12월 8일 | 레노보그룹 | IBM PC사업부(미국) | 12.5 |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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