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직장인들 “휴가 안쓸래요”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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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주 서북부에 있는 올림픽 국립공원에서 낚시를 하면서 1주일 간 여름휴가를 즐기는 일은 제프 홉킨스 씨 부부에게 이제 ‘옛날이야기’가 됐다.

이들은 올해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기름값이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서고 고용이 불안정한 탓에 쉽사리 일터를 비울 수가 없게 된 것. 15년째 보잉사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홉킨스 씨의 2006년 여름은 퇴근 뒤 집 근처에서 낚싯배를 띄우는 게 고작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이 ‘휴가 단축 증후군(Shrinking-Vacation Syndrome)’에 시달리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치약이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걸릴 정도로 여행을 떠나기가 번거롭고 고유가로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일이 전과 달리 경제적인 부담이 된 까닭이다.

미국 근로자의 팍팍한 삶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갤럽은 5월 미국 전역에서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여름휴가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43%나 됐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사기업 근로자 중 약 25%는 “유급휴가를 가지 않겠다”고 했으며 33%는 “주말을 포함해 딱 7일간만 휴가를 가겠다”고 답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의 마이크 피나 대변인은 “2주씩 휴가를 간다는 건 다 옛날 일”이라며 “일터를 비울 수 없다는 게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휴가 단축 증후군’이 심화되자 회계법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는 직원들이 확실하게 쉴 수 있도록 1년에 두 차례 회사 문을 닫기로 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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