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쓰는 법’ 컨설팅…억만장자 돈쓸곳 소개 서비스 부상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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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인 나타샤 펄 씨에겐 명함정리기 롤로덱스가 큰 자산이다. 거기엔 267개 항목에 그 분야의 권위자 3800명의 이름이 담겨 있다. 자가용 비행기 걸프스트림의 조명 디자이너들과 17세기 고지도 전문가 그룹도 포함돼 있다.

펄 씨는 최근 한 고객이 그의 딸에게 사줄 4만 달러짜리 말을 물색했고, 창고에 처박혀 있던 고미술품을 정리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줬다. 또 다른 고객을 위해 가급적 뉴스에 등장하지 않도록, 특히 ‘포브스 400 부호’ 리스트에 오르지 않도록 해 줄 섭외 전문가를 찾고 있다.

펄 씨처럼 이른바 ‘초부자(ultrarich)’를 상대로 한 ‘억만장자 서비스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간 애틀랜틱 9월호가 보도했다. 초부자는 투자용 자산만 3000만 달러가 넘는 부자 중의 부자. 세계적으로 8만 명에 이른다.

돈은 많지만 수많은 소비 옵션 중에서 뭘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초부자들에게 창의적인 돈 쓰기를 도와주는 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가위 폭발적이다. 특히 빈부 격차가 커지면서 초부자의 여유 자산은 더욱 많아지고, 그만큼 이들을 위한 최고급 서비스의 수요도 늘고 있다. 여행사 ‘태너&헤일리’는 선금 150만 달러에 매년 7만5000달러씩 내는 회원제로 전 세계 34개 저택을 초부자들에게 휴가지로 제공하고 있다. 스키장 바로 옆에 볼링장과 게임룸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태프 9명과 주방장이 있고 TV가 27대나 있는 저택을 제공한다.

‘피너클 케어’는 초부자들의 의료문제를 해결해 주는 전문회사. ‘변호인’으로 불리는 전문가가 고객에게 최고 수준의 의사와 진찰 약속을 잡아주고 입원했을 땐 거의 상주하면서 불편 사항을 일일이 챙겨 준다.

자녀교육 전문가 물색도 주요 임무 중 하나다. 문제 자녀의 심리 상담은 물론이고 부(富)에 따른 책임감 등에 대해 가르치는 전문가의 하루 일당은 최고 1만6000달러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를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컨설턴트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펄 씨는 “우리의 보수에는 시장가격이 있을 수 없다”며 “최고급 와인 컬렉션을 꾸미는 데 과연 얼마나 받아야 할지, 비교할 대상이나 있느냐”고 반문할 뿐이다.

전통적인 집사나 비서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자산관리인 양성 학교도 생겨났다. 이 중 가장 유명한 학교인 미국 콜로라도 덴버의 스타키국제가사관리학교 학생 중엔 추진력이 뛰어난 퇴직 군인이 많고 석박사 등 고학력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강사는 백악관 주방장이나 유력 정치인의 개인 비서를 지낸 사람들이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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