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인정’ 싸고 집안싸움

  • 입력 2006년 6월 1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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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와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아바스 수반은 10일 하마스가 거부해 온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안을 다음 달 26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를 거부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올해 1월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와 지난해 1월 선거에서 당선된 아바스 수반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는 두 세력 중 한쪽의 정치적 몰락을 가져와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고 팔레스타인을 소용돌이 속에 밀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평화협상안에는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요르단 강 서안 지역을 팔레스타인에 반환하면 그 전에 점령한 땅은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고 ‘공존’을 추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실상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셈.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고 무장투쟁 노선을 견지해 온 하마스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민투표 실시는 헌법에 명시된 수반의 고유권한이어서 하마스가 이를 저지할 묘책이 없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 협상안은 7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투표결과를 하마스 내각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해 내각 해산을 명령하고 새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이 역시 수반의 권한이다.

이 때문에 하마스는 즉각 아바스 수반의 발표를 새 내각에 대한 ‘쿠데타 선언’으로 규정하고 투표 거부를 선언했다. 아바스 수반으로서도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하마스가 지지자들을 결집하면 폭력사태가 확산돼 투표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황이 반전되면 오히려 자신이 사퇴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군사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 해군 함정이 9일 가자지구 북부 해변 마을을 포격해 휴일을 즐기던 한 가족을 포함해 최소 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지고 3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바셈 나임 팔레스타인 보건장관이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가자지구 북부의 무장세력 근거지를 포격하는 과정에서 탄도를 빗나간 포탄 한 발이 해안가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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