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백악관…잇따른 ‘보안 구멍’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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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스케줄’ 쓰레기통서 발견▼

미국 백악관 위생국 직원 랜디 홉킨스 씨는 9일 백악관 내부를 청소하다 깜짝 놀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하루 일정이 세세히 기록된 문건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플로리다로 떠나기 몇 시간 전이었다. 문건에는 부시 대통령의 플로리다 도착과 출발 시간은 물론 탑승자 명단, 대통령 의전차량 배치순서까지 적혀 있었다.

홉킨스 씨는 “심지어 대통령이 어디를 방문해 누구와 만나는지까지 기록돼 있었다”면서 “이렇게 중요한 문건이 쓰레기통에 굴러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고 흥분했다. 그는 “이 문건이 테러 세력의 손에 들어갔을 경우 VIP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미 인터넷 신문 ‘우사9닷컴(WUSA9.com)’은 10일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 문건이 오사마 빈 라덴 등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갔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백악관의 ‘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내부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국은 “보안국에서 유출된 문건이 아니고 백악관 비서실의 문건”이라면서 책임을 비서실 직원들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로비스트 아브라모프 ‘안들키고 출입’?▼

미국의 거물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사진) 씨가 2001년 이후 백악관을 두 차례 방문해 63분 29초 동안 머물렀다는 출입일지 기록이 공개됐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인 ‘사법감시’가 제기한 소송에 따라 10일 공개된 출입일지에는 아브라모프 씨가 2001년 3월 6일과 2004년 1월 20일에 백악관을 다녀간 사실이 기재됐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2001년 방문 때 칼 로브 비서실 차장을 만났고, 2004년엔 예산국의 한 관리와 대화했다고 보도했다. 로브 차장에게는 2명의 직원 채용을 부탁했고 예산국 관리와는 워싱턴의 우체국 건물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일지는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아브라모프 씨 본인과 백악관 측이 이전에 인정했던 몇몇 ‘면담’ 기록이 아예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아브라모프 씨가 2001년과 2002년에 백악관에서 열린 리셉션을 비롯해 몇 차례 모임에 참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01년 5월 9일에 촬영한 사진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뒤편에 아브라모프 씨가 찍혀 있었다.

백악관 측은 “이번에 공개된 일지에 아브라모프 씨가 인정했던 방문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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