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떠나는 프랑스 와인 생산업자들

  • 입력 2006년 5월 7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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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와인 생산업자들이 포도밭을 떠나고 있다.

수지가 맞지 않자 수 세기에 걸쳐 와인을 생산해온 가문들조차도 포도밭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값이 싼 대중 와인을 주로 만드는 포도원이 매물로 많이 나왔다.

7일 영국 옵서버지에 따르면 현재 보르도 지방에 매물로 나온 포도원은 수 백 곳에 이른다. 매물이 많다 보니 땅값은 5년 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포도원을 구입한 외지인이 와인을 계속 생산할지는 미지수다. 시장이 안 좋기 때문이다. 15세기부터 경작해오던 가문의 포도원을 최근 팔아버린 베르나르 보스카리 씨는 "새 주인이 포도 경작을 계속한다면 그들에게 운이 따르기를 빌 뿐"이라고 말했다.

보르도 사람들은 "포도원을 판다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며 핏속에 흐르는 전통을 저버리는 짓"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생산비도 뽑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데다 전망도 어두워 포도원을 팔려는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마 포도밭을 팔아버리지 못해 끙끙 앓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 20년 동안 프랑스의 와인 소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2004년에는 프랑스인 10명 가운데 1명이 술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르도 사람들은 중국, 러시아 같은 신흥 시장의 부상에 기대를 가졌지만 신흥 시장에선 그랑크뤼 급 고급 와인에만 관심을 보였다. 보르도에서 그랑크뤼 급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원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와인 생산 농가 가운데 재정적 위기에 처한 농가는 많게는 1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와인 생산 장비를 판매하는 업계에선 지난 4년 간 4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랑그독, 보졸레 같은 다른 지방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주 정부에 보조금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으며 와인 수천 병을 도로에 깨뜨려버리는 과격 시위도 종종 벌어진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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