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EU국가중 성장률 꼴찌…‘말뿐인 개혁’에 민심 등돌려

  • 입력 2006년 4월 11일 0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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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재력, 권력을 거머쥔 이탈리아 최고 권력자가 정계에 복귀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정치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탈리아 총선 출구조사 결과 로마노 프로디(66)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좌파연합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현 총리(69)가 이끄는 중도 우파연합에 승리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패배는 한마디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기대를 걸었던 국민의 실망감의 표출이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탈리아 유권자들이 프로디가 좋아서가 아니라 베를루스코니가 싫어서 좌파연합에 표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5년 7개월 동안 재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총리 가운데 최장 기록 보유자다. 하지만 국민은 1998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이듬해부터 2004년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지내고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정계에 복귀한 프로디 전 총리를 택했다.

AP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패배는 이탈리아에서 ‘돈 버는 일인자’인 그에게 경제발전의 꿈을 걸었던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탈리아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중단 없는 개혁’을 외쳤던 지난 5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0.1%의 경제성장률로 EU 국가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정부 부채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4.6%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규모다. 매년 450억 유로(약 55조 원)가 순전히 이자로 나가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그의 재산은 3배 이상 불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경제 실정 외에도 부정부패와 탈세, 이라크전쟁 동참으로 인한 테러 우려도 그의 패인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 수년 간 개인사업과 관련된 부패, 뇌물 제공, 회계 부정, 마피아와의 연루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또 유세 기간 중 프로디 전 총리를 ‘공산주의의 전위대’로 묘사하는 등 저열한 표현을 남발해 표를 스스로 깎았다.

심지어 그는 “마오쩌둥 시대에 중국 공산당은 아기를 삶아 비료로 뿌렸다”고 말해 중국의 반발까지 샀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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