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러시아人들 ‘한반도 여행’ 설렌다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지난해 북한의 아리랑축전이 열리는 동안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인들. 북한 정부의 초청을 받은 러시아 인사와 예술단 관광객 등 수천 명의 러시아인이 아리랑축전을 관람했다. 사진 제공 삼발라 여행사
지난해 북한의 아리랑축전이 열리는 동안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인들. 북한 정부의 초청을 받은 러시아 인사와 예술단 관광객 등 수천 명의 러시아인이 아리랑축전을 관람했다. 사진 제공 삼발라 여행사
《20일 모스크바 국제관광박람회가 열린 크로쿠스엑스포센터. 판문점 안의 자유의 집을 본떠 만든 남북한 공동홍보관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관광공사(사장 김종민)와 북한 국가관광지도총국 산하 조선국제여행사(사장 조성훈)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손잡은 것이다. 남북이 관광 관련 국제행사에 함께 참가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국제여행사는 홍보관에 직원을 파견하지 못하고 북한여행상품 판매를 대행하는 3개 현지 여행사에 운영을 대신 맡겼다. 하지만 러시아 주재 외교관이 직접 홍보관을 방문하고 특파원들이 취재를 나오는 등 관심을 보였다.

러시아어 관광안내 책자도 함께 제작했다. 이 책자에는 양측 대표의 인사말이 나란히 실렸고 남북한의 주요 관광 정보와 지난해부터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남북 연계 관광 상품도 소개됐다.

북한이 평소 모스크바에서 한국 측과 접촉을 최대한 피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만큼 최근 북한이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 북한은 올해 영국에서 열릴 세계관광박람회(WTM) 참가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2년과 지난해 평양에서 열었던 아리랑축전을 올해 8월에도 개최할 계획이다. 러시아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선전보다는 관광객 유인이 아리랑 공연의 실제 목적”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매년 축전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것. 지난해 220여만 명이 관람한 아리랑 공연은 북한에 적잖은 수익을 안겨 줬다.

북한은 지난해 모스크바∼평양 전세기까지 동원해 수천 명의 러시아인들을 아리랑축전에 불렀다. 이를 계기로 북한 여행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러시아 관광객은 3만여 명으로 2004년에 비해 20% 증가했다. 반면 북한을 다녀온 러시아 여행객의 규모는 훨씬 작다. 하지만 해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500여 명의 러시아 관광객을 북한에 보냈던 삼발라 여행사는 올해는 1000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여행사의 이리나 소스놉스카야 사장은 “북한을 다녀온 여행객들이 대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여행사의 마케팅 전략은 북한을 과거 사회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신비스럽고, 아직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청정 관광지역’으로 묘사하는 것. 소스놉스카야 사장은 “순박한 북한 주민들은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묘향산과 원산 등의 자연도 잘 보전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 관광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과 복잡한 항공편이다. 모스크바에서 직항이 없어 극동이나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해야 한다. 100만 원이 넘는 항공료를 제외하고도 7박 8일의 여행상품이 1인당 940유로(110만 원)다.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선인 러시아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

러시아 월간 패스포트 3월호가 북한 여행기를 특집으로 싣는 등 최근 언론에서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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