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자연사 아니다…심장마비 유발 항생제 검출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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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도살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이 숨지자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는 2002년 2월 12일 시작된 전범 혐의 재판을 공식 종료한다고 14일 밝혔다.

하지만 밀로셰비치의 혈액에서 발견된 강력한 항생제 성분을 놓고 자살인가, 타살인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를 민족의 영웅으로 떠받드는 세르비아 민족주의 세력은 대규모 장례식을 치를 계획이어서 정국 혼란도 우려된다.

▽의문의 항생제=밀로셰비치가 숨지기 2주일 전에 실시한 혈액검사에서 리팜피신이라는 항생제가 검출됐다고 더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한센병이나 결핵 치료제로 쓰이는 이 약이 그에게 투약되던 심장 처방약의 효과를 약화시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어떻게 밀로셰비치의 몸에서 리팜피신이 나왔을까?

혈액검사를 담당했던 네덜란드 흐로닝언(그로닝겐)대의 도널드 위헤스 교수는 “밀로셰비치가 러시아로 가려는 최후 수단으로 리팜피신을 불법 입수해 투약했다”고 주장했다. 리팜피신 투약의 부작용으로 뜻밖의 심장마비가 왔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밀로셰비치는 네덜란드 의료진의 치료로는 효과가 없다며 러시아에서 진료를 받겠다고 ICTY에 요구해 왔다. 한 소식통은 “그는 일단 러시아에 가면 너무 아파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고 할 작정이었을 것”이라며 ‘탈출 기도설’을 뒷받침했다.

카를라 델폰테 ICTY 수석검사도 “밀로셰비치의 사소한 건강 이상도 모두 점검했고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델폰테 검사는 2002년 3월 이후 최근까지 그의 검진기록을 전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ICTY의 발표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밀로셰비치가 죽기 전에 ‘독살당하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며 그의 신병 인도를 거부한 ICTY의 부검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즈덴코 토마노비치 변호사는 “러시아 의사들이 부검을 다시 하기 위해 14일 네덜란드에 도착했다”며 “러시아 의료진은 사망 원인에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로셰비치는 2년간 자신의 건강 상태를 러시아에 알려 왔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밀로셰비치가 창당한 세르비아 사회당 당원들은 대규모 장례식을 통해 지지율을 만회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극단적인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정당으로 한때 세르비아 최대 정당이었던 사회당의 지지율은 현재 5% 정도이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밀로셰비치 지지자들이 “ICTY가 유죄 판결을 내릴 증거가 없자 그를 독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라디미르 크르슬랴닌 전 외교 자문관은 “국민이 2, 3일간 애도를 표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만들고 대규모로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르비아 정부는 유족만의 조용한 장례식을 원하고 있다. 아직 장례식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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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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